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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때를 보여줘야겠다

급여 지급일의 분노

by 한정호

오늘은 직원들 급여 지급일이다. 매달 반복되는 일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마음이 불편하고 분하다.


몇몇 한국 기업 주재원들에게 외상을 달아주고, 그 외상매출금을 한 달에 한 번 정산받고 있다. 과거에는 매월 5일을 정산일로 정했지만, 그들이 늘 하루 이틀씩 미루는 바람에 급여일 자체를 아예 10일로 바꿨다. 그 외상 매출금이면 직원 전체 급여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금 관리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급여가 밀릴 수 있다. 이번처럼 주말이 끼는 경우엔 더 조심해야 한다.

이번 달은 상황이 더 복잡했다. 세금계산서 문제로 인해 지난 2월 외상매출금도 이번에 함께 받기로 했다. 나는 이번 주 초부터 매니저에게 각 업체에 재차 확인하라고 매일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오늘 오후 매장에 나오면서 은행 계좌를 확인해보니 3곳의 업체에서 아직 입금이 되지 않았다. 물론 이 3곳 모두 한국 업체다.


매니저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더 황당했다.

“Mr. Lee가 결재를 안 해서 송금을 못 했고, 내일 보내겠답니다.”

뭐? 며칠 전부터 얘기했는데 이제 와서 그 말을 한다고?


두 업체는 아직 결재가 나지 않아 송금이 불가능하다고 하고, 한 업체는 송금했다고 하지만 은행엔 입금이 확인되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쯤 되면 의심도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속상한 건 제대로 챙기지 못한 매니저의 태도다.

직원 급여 지급일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오늘 오후, 그것도 내가 직접 물어보니 그제야 핑계를 댄다. 분노를 넘어서 허탈하다.


나는 오늘 아침, 내 자금으로 일단 직원 급여를 지급했다. '본 때를 보여줘야겠다!'

매니저에겐 이렇게 통보했다. “외상매출금 입금이 확인되어야 월급도 지급될 수 있다.”

이제야 정신을 차릴까?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에게 월급은 생존이고, 신뢰다. 그 신뢰를 누군가의 무책임으로 흔들게 할 수는 없다.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다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 편히, 평안한 밤으로 마무리하기엔 지금도 가슴이 뛴다...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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