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평판, 지식, 선임자 존경
住베트남대사관에서 2015년에 발표한 '베트남인들의 4대 가치'라는 단신을 보았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첫 째, 가족에 대한 헌신(Allegiance to the family) 이다. 가족을 베트남 사회의 중심축으로 보고, 자식의 효도를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은 부모에게 감사해 하며, 자신을 희생하여 가족을 최우선적으로 사랑하고 노령의 부모를 돌보도록 교육받으며 성장한다. 또한 가족 개인의 불미스러운 행동이 사회에서 가족·조상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미덕과 성공은 가족 명예와 자존심으로 귀결된다고 여긴다.
둘 째, 좋은 평판(Concept of good reputation)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체면을 잃는 것은 베트남의 공동체적 사회에서 치명적 타격을 주며, 빈부에 관계없이 개인 평판에 따라 사회적 위상이 좌우된다. 이런 생각은 생존시는 물론이고 사후에조차 좋은 평판을 가질려는 여망이 지대하다고 한다.
셋 째, 지식과 배움(Love of learning)에 대한 열망을 뽑았다. 지식과 미덕을 갖춘 자를 가장 이상적인 사람으로 간주하고, 지식과 교육에 대해 높은 선호도를 갖고 있어 교육을 많이 받은 자들이 높은 위상을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나이·신분·위치적 선임자 존경(Concept of respect)이 베트남인들에게 있어 중요한 가치라고 분석하였다. 가정에서는 부모, 형, 누나, 친척 연장자를 존경하고, 말과 행동에서 조심하고 순종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며, 사회에서는 연장자, 교사, 성직자, 감독자, 고용주, 상위직에 대해 존경한다. 그리고 영웅적 행동을 했거나, 많이 배우고 미덕을 갖춘 사람들에 대해 특별히 존경한다.
이러한 관습은 상호주의적인 것으로, 각자 보유한 나이, 신분, 위치, 미덕 등에 따라 상대방이 자신에게도 존경을 표하는 것을 기대한다고 설명하였다.
한국인들의 그것과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 네가지 가치 모두가 유교의 사상적 관점에 기초한다는 점이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유교를 받아들인 후 국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형식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유교를 더욱 구체화하고 사회와 문화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조선시대 이후 유교는 지배층이 민중으로 하여금 자의적, 타의적으로 그 사상을 따르고 삶에 뿌리 박히도록 하였다. 베트남에서도 천년이라는 중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지배층에 대한 복종을 강요받았으며 결국 그 방식을 그대로 채용하여 민중들에게도 강요를 해 온 것이다.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에서 효도를 강조하고 형 누나, 친척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순종을 미덕으로 가르치며 가정의 안정과 결속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개념은 사회적으로 외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연장자나 자기보다 지위, 신분이 높은 사람에게 존경하고 순종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끔 만들었다. 지식과 배움에 대한 열망은 이런 지위나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로써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실제로 이 부분이 사회나 경제 발전에 기여한 바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전에 지위나 신분상승의 기회가 극도로 제약받고 제한되었슴에도 민중들이 모두 배움을 선택하고 실천했다는 점이 대단하고 그래서 한국과 베트남이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대사회에선 이런 기회의 폭이 더욱 넓어지고, 방법 또한 다양해졌다는 사실이 더욱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 같다.
물론 효(孝)라는 개념과 가족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한국의 현대사에서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가족의 개념이 약해 지면서 이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개인의 가치와 능력이 존중되는 사회로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베트남인들의 4대 가치가 상호주의적이란 것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사회가 개개인의 가치와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서로 존중하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한국인들과 베트남 사람들 모두가,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이런 가치들을 보존하면서도 상호간의 인정과 존중을 통해 집단이 안정화되고 함께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