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간을 잘 이겨낸 친구. 고맙다 친구야.
'난 항상 그대로'에서 '앞만 보고 새로 시작하자'로 변한 친구에게 박수를!
정말 오래만에 친구를 다시 만났다. 잘 살지 못해서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를 읽지도 않았다는 친구를. 보름은 넘게 된 것 같다. 잠시 옆자리에서 얼굴을 보고 "친구라는 놈이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씹냐?!"라고 핀잔을 주고 곧 한 번 다시 올라와 얼굴 보자고 했던 친구를 이제야 찾아 나섰다. 지친 모습과 축쳐진 어깨에 힘없는 목소리가 옆에서 들리는 것을 듣곤 내 마음마저 불편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얼굴이 훨씬 말끔해진 느낌이었다. 화색도 돌고 뭔가 희망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는 느낌이다.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무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지금껏 친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혼자가 된 느낌. 숙소에 혼자 있으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서울에 가족 생활비도 보내지 못해 여기저기 돈을 구하면서 느낀 왜소함 등에 대해 말을 하는데, 한 편에선 이젠 그 슬픔이 추억이 된 듯한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다.
코로나 사태이후 서서히 조여오는 재정부담으로 인해 차량도 팔고, 사무실도 옮기고, 직원들도 절반으로 줄이고 나중엔 주 3일 근무를 시키면서 비용을 줄이려고 무던히 애를 썼었다. 그런데 그 당시 만났을 때도 "나는 항상 그대로이다"라면서 자기만의 고집을 버리지 않고 있는게 보였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대로가 아니고, 네가 변해야 한다"라고 충고를 했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항상 그대로 였던' 나쁜 의미의 행동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전에 잘 나가던 때의 기억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자기에게 찾아와서 부탁을 해야 한다거나, 자기가 돈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없는 그런 '있는 사람의 모습'을 유지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던 친구가 이제 "과거는 지나간 일이고, 이제 앞을 보고, 앞만 보고 가자"라고 하는 것을 보고 한편으론 놀라고, 한편으론 축복해 주고 싶다. 지금도 돈이 없을텐데 1차 저녁값은 꼭 자기가 내겠다고 데스크에 나아가 돈을 지불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그대로군' 이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그래 2차 3차까지 갈건데 그것도 좋다'라는 여유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2차 3차를 하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들을 털어 놓았다. 그리고 새로운 계획도 이야기 했다. 정말 다행이다. '새 사람'이 된 것 같아 흐믓한 마음을 갖고 자기 아파트에 들어가 한 잔 더 하자는 것을 정중히 거절하고 푸미로 돌아오는 택시를 불렀다. 요사이 들어 가장 행복한 날 중에 하루인 것 같다. 새롭게 시작하는 친구의 건강과 발전을 기원하며 흐믓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