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정호 May 31. 2024

베트남 아파트 월세

'빈 집이면 어때?' 밑지고는 안 판다.

 베트남에서 코로나 이전, 외국인 투자도 많고 경제가 성장하고 있을 때는 아파트 월세를 구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있었다. 저렇게 많은 아파트들이 쉼 없이 올라 가는데도 월세 아파트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한 편으론 아파트의 외부 창문에 월세를 낸다며 중개인의 전화번호 또는 주인의 전화번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달려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호치민시 대원칸타빌 1차 외부 전경

 필자도 15년 전에 베트남의 호치민에 아파트를 하나 구입하였다. 한국의 ‘대원 건설’에서 지은 칸타빌 아파트였다. 당시는 주재원 신분이었기에 그 집은 월세를 주고 우리 가족은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회사에서 가까운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구입한 아파트는 면적은 작았지만 한국식으로 지은 탓에 자그마한 방이 하나 추가되어 방이 세 개 딸린 아파트였다. 몇 번 세입자가 바뀌어도 한 달 이상을 비우지 않았다. 보통은 600불에 거래가 되었는데 우리는 세입을 원하는 분이 550불을 부르면 550불에도 집을 내어 드렸고, 500불을 부르면 500불에도 내어 드렸기 때문이다. 600불을 맞추기 위해 한 달을 비우면 우선 600불이 사라지는 것이고, 그래도 관리비는 계속 납부해야 되고, 무엇보다 사람이 살던 집과 비워져 있던 집과는 차이가 확연히 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빨리 집에 세입자가 들어와 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트남 집주인들에게는 그런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내 집값이 600불이면 적어도 남들처럼은 받아야 하고 그래야 내 집값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몇 달 비워 두는 게 문제가 아니다.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나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인 것 같다.

 또 하나의 부류가 있다. 소위 하노이의 고위 관리들이나 소위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이다. 아파트의 10채, 20채를 한꺼번에 계약하는 사람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집에 몇 채 월세가 나가고 말고 가 중요하지도 않다. 그저 중개업자들에게 맡겨 놓고 정한 가격 이상이 아니면 절대 응대도 하지 않는다. 

 

 백화점 개발을 위한 부지개발을 진행할 때의 일이었다. 호치민시의 2군, 발전이 유망한 지역이었기 때문에 나는 부지 개발을 검토하였고, 면적이 크게 나온 땅이라 계열사 건설사과 함께 복합단지 개발을 검토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간에 그 땅의 사용허가를 내주는 기관의 사람으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들었다. 부지 개발이 성공하면 건설된 아파트의 한 층 전체를 커미션으로 달라는 것이었다. 황당한 마음에 혀를 내 둘렀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를 10채, 20채를 한 명이 계약했다’는 말이 황당한 소문 만은 아니겠다 싶었다.

 이렇게 마련된 아파트이니 자기가 책정한 가격이하라면 자존심이 있어서라도 계약을 진행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집주인도 ‘한 달 후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싸게 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수인 듯하다. 물론 내가 아파트 월세를 구할 때는 한 달에 몇십 불이라도 깎으려고 협상을 했다. 그때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아파트 키를 건네주는 집주인은 한 두 채를 가지고 있는 우리와 같은 서민들인 것이 분명하다. 

 

 베트남에서 혹시 아파트 월세를 구하시는 경우, 만약 마음에 드는 집이 있는데 가격 협상이 안되어서 ‘조금만 더 버티면 내려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다른 집을 구하지 않고 있다가는 정작 들어가야 할 시간에 제대로 입주하지도 못하고 다른 아파트를 더 안 좋은 조건에 급히 구하게 될 수도 있으니 주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베트남 도로 위 아수라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