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로또 복권, 내기
베트남 사람들에게 약속이란 개념은 없는 것 같다. 약속 개념이 없으니 시간약속 개념은 더욱 기대할 수 없다. FORBS 회사는 세무신고를 아웃소싱해 진행하고 있다. 매월 초가 되면 전월 세무 관련 증빙서류들을 모아 정리해 전달하면 아웃소싱 회사의 회계사가 세무신고를 대신해 준다. 통상 10일이 되기 전 서류들을 전달하는데 이번 달에는 10일 되어도 자료들을 받으러 오지 않기에 메시지를 보내 서류를 받아가라고 했다. “내일 오후 4시 15분에 와서 가지고 가겠다”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그래도 정부를 상대하는 직업인이기에 시간 개념이 있는가!’라는 나의 기대감은 역시나 무참히 무너져 버렸다. 다음 날 오지도 않았고 ‘못 오게 된다’는 최소한의 메시지마저 없었다. 다음 날 다시 한번 언제 서류를 받아 갈 것이냐고 묻자 오늘 오후 4시 15분에 가던지 아니면 내일 아침 9시에 매장에 들러 자료를 받아 가겠다는 메시지가 돌아왔다. 물론 어제도 오늘 아침에도 오지 않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도 없고 언제 오겠다는 메시지도 아직까지 없다. 문자를 새로 보내면 또 몇 시에 오겠다고 대답하고 자기 기분 내킬 때 와서 받아갈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과 미팅 약속을 했을 때 정시에 만난 경험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더 속상한 것은 그렇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잘못했다는 생각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뻔뻔한 얼굴을 보는 것이 가장 화나는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베트남 사람들이 반드시 지키는 약속이 한 가지 있다고 한다. 내기를 했을 때의 약속이라고 한다. 베트남 사람들도 중국인, 한국인처럼 노름도 좋아하고 내기를 엄청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베트남에는 복권의 종류도 무수히 많고 매일 결과를 발표하는 복권들도 있다. 축구를 엄청 좋아해서 유럽 리그나 월드컵 등의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면 전당포가 가장 돈을 많이 번다고 한다. 심지어 중고 오토바이나 자동차 등을 사려면 이때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말도 있다. 집, 땅도 이때 가장 많이 매물로 나온기 때문이다.
종종 우리는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생활을 하다가 “우리 내기할래? 네 말이 맞으면 100만 원 준다. 내가”라고 말을 했다고 하자. 그런데 진짜로 상대방의 말이 맞았다고 정말 100만 원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한 자리에서 몇몇이 스포츠 경기를 보다가 “오늘 한국팀이 일본에 지면 내가 술값 다 낸다”라고 했는데 실제로 한국팀이 지면 술값을 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술값을 다 내지 않는다고 싸움이 나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낙인찍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르다. 장난말처럼 한 약속이라도 ‘내기’라는 이미지가 들어가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특히 돈이나 재물이 걸린 내기라면 끝까지 지켜야 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월드컵 등의 주요 경기가 있는 시기가 되면 패가망신한 사람들이 수도 없이 생겨난다고 한다. 내기한 금액을 내지 못해 도망 다니다가 사고를 겪었다는 소문들 들은 적이 있다.
약속이나 시간 개념이 전혀 없어 보이는 베트남 사람들이지만 내기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함부로 내기식의 약속을 해서는 안 된다. “오늘 이 날씨에 비가 오면 내가 저녁 먹고 싶은 대로 다 산다”라고 툭 던진 말에 비가 오기라도 하면 저녁 밥값을 톡톡히 치르거나 약속을 지키지도 않는 몰상식한 인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내기하듯이 약속을 지킨다면 발전이 두 배는 빨랐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