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모기 한두 마리를 못 당해 내 스님 되기는 틀렸구나…'
모기에 한 번 물리면 몸이 벌에 쏜 듯 퉁퉁 붓고, 간지러움 때문에 활동에 집중이 안 된다. 베트남 남부, 이 곳 푸미도 우기로 접어들면서 모기들이 다시 극성을 부린다. 오늘 아침도 매장에 있는 모기들과 한판 전쟁을 치렀다.
그러다 갑자기 '깊은 산속 절에 계신 스님들은 과연 모기를 어떻게 대할까?'라는 의문과 더불어 '이 정도 모기 한두 마리에 못 당해 내 스님 되기는 틀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1. 모기와 마주한 스님들 :
고통도 관찰의 대상 : 스님들은 고통을 회피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명상 중 모기가 윙윙거리거나 손길을 달라고 할 때, 화를 내거나 짜증 내기보다는 그 느낌을 자세히 관찰한다. 간지러움이 올라올 때마다 “간지럽구나”, “이 느낌은 어디서부터 오는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그래도 모기 퇴치는 자연의 이치!! :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만, 동시에 수행 공간을 지켜야 한다. 스님들은 모기를 죽이기보다는 쫓아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2. 스님들의 모기 퇴치법
절 마당에 피어오르는 은은한 연기와 향은 모기를 멀리 보내는 자연 방충제 역할을 한다. 분향을 할 때 나는 향 연기는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다.
명상 방이나 수행 방 바깥 창문에는 촘촘한 모기장이 설치돼 있다. 또한 창호지를 통해 빛은 들어오되, 모기는 막힌다.
모기에 물린 부위가 부어오르면 찬물로 가볍게 식힌 뒤, 넓은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려 열감을 줄인다. 이때 자세히 살펴보며 ‘통증이 이렇게 올라오는구나’를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다.
일부 사찰에서는 절 주변에서 자라는 허브(박하, 레몬그라스)를 우려낸 차를 마시며 모기 기피 효과를 노린다. 허브 추출물과 식초를 섞어 스프레이로 사용하면 화학 제품 없이도 모기를 쫓는 데 도움이 된다.
3. 산골 사찰에서의 모기 적응기
처음 산사에 들어간 초발심 스님들은 모기에 시달리기 쉽다. 밤에 잠자리에서 모기 울음 소리에 깨고, 수행 중 허공을 휘젓으며 손으로 모기를 잡으려다 집중을 흐트릴 때도 있다.
1~2년이 지나면 모기의 습성을 파악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해가 지고 30분이 지나면 모기가 가장 활발해진다거나, 연못 근처보다 나무그늘 아래가 더 들끓는다는 걸 스스로 경험으로 학습한다.
스님들은 모기를 ‘수행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다. 간혹 조석예불(朝夕禮佛, 매일 새벽과 저녁에 불전사물(佛殿四物)을 울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의식)때, 법고, 범종, 목어, 운판 등을 울리는 동안 모기가 성큼 다가와 윙윙거려도, 그 소리마저 수행의 리듬으로 느낀다.
솔직히 말해, 난 모기 앞에선 스님만큼 못 한다. 모기가 살갗을 파고들 때마다 피 한 방울까지 더 미워지고, 그 순간엔 수행 같은 건 생각할 여유도 없다. 무엇보다 내 작업을 방해하며 눈가와 목 주위를 돌아 다닐때면, 모든 작업을 보기하고 잡아보려 애를 쓰지만 그 녀석들은 비행기술이 나의 손놀림을 비웃기만 한다. 아침 내내 모기약 한 통을 뿌렸지만 아직도 한 두 마리가 살아남아 가족의 원수를 갚겠다며 달려 든다. 결국 마트에서 액상형 전기 모기향을 구입하여 매장 곳곳에 설치했다.
“이 정도 한두 마리 못 당해내 스님 되겠나?”라는 자괴감이 밀려오지만, 결국 또 모기와 씨름하며 짜증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다. 어쩌면 이 증오심 가득한 순간이야말로 나만의 ‘모기 수행’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