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발이 알려준 '속도와 양'의 비밀

소주 한 병을 마시는 방식이 몸을 바꾼다

by 한정호

오늘 닭발 요리를 시연해 보느라, 삶는 것부터, 양념장까지 다시 만들어 놓고 나니, 소주가 생각나 냄새제거를 위해 들어간 한 잔을 제외한 한 병을 마셨다. 30분 정도 였을까?


예전 롯데백화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회식은 늘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했기 때문에, 마무리는 늘 술로 속전속결이었다. 요즘처럼 1차, 2차 길게 이어지는 문화가 아니라서, 1시간 반 정도 안에 회식 전체가 끝나는 구조였고, 그 안에서 분위기도 잡고, 술도 마시고, 인사도 하고, 퇴장도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빠른 음주'가 정착됐다. 대표적인 게 바로 폭탄주였다. 소주를 맥주에 붓고 젓가락으로 '딱' 치면, 짧게 끓어오르듯 분위기도, 술기운도 확 올라왔다. 누가 먼저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게 암묵적인 룰처럼 굳어졌다. 술기운은 있어야 하고, 시간은 없으니 빠르게 마시자. 그러다 보면 소주 한 병을 30분 만에 마시는 경우도 흔했다.


시간 아끼자고 마신 술 한 병이, 다음날은 물론이고 체력에도 꽤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몰랐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30분에 한 병 마시는 게 낫나, 아니면 1시간 반에 한 병 반을 천천히 마시는 게 나을까?'

답은 명확했다.

술은 ‘얼마나 마셨느냐’보다 ‘얼마나 빨리 마셨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소주 한 병을 30분 만에 마시는 것과, 한 병 반을 1시간 반에 걸쳐 마시는 것을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덜 해롭다. 간은 1시간에 대략 소주 1/3병 정도만 분해할 수 있는데,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마시면 알코올이 혈액 속에 쌓이고, 간은 물론이고 뇌, 위장, 심장까지 모두 부담을 받게 된다.

빠르게 마신다는 건 몸에 급격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취기는 빨리 오지만, 숙취도 더 세고, 회복은 더디다. 오히려 시간은 좀 더 걸리더라도 천천히 마시면 간이 해독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고, 몸도 덜 상하게 된다.

결국 회식은 분위기와 배려가 중요한 시간이지, 속도전이 아니다. 누가 먼저 취하느냐가 경쟁이 되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끝까지 깔끔하게 남는가가 더 중요한 자리라는 걸, 지금에서야 돌아보게 된다. 지금도 여전히 회식 자리는 존재하고, 빠르게 마셔야 끝나는 분위기 또한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나는 술의 양보다는 속도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을 알았다.


술 한 병을 어떻게 마시는지가, 생각보다 많은 걸 바꾸어 놓는다. 그걸 깨닫는 데에는, 회식이라는 짧고 빠른 문화가 오래도록 남긴 흔적이 있는 듯 하다.

'바꿔야지. 하기야 맥주로 바꿨는데 닭발이 나를 꼬셨다' 닭발 덕분에 다시 한 번 내 몸을 생각하게 되었으니, 오늘의 소주는 감사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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