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은 늘 안전보다 먼저 달린다.

삐끼, 욕망과 실수를 노리는 그림자

by 한정호

‘삐끼’. 어릴 적 서울 친구들과 한 잔 걸치고 나오면 누군가 다가와 2차를 권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 좋아요! 싸게 해줄게요!"

"그냥 한번 보고 가요~”

"이쁜 아가씨들 많아요" 등등

양복 입은 중년 남자든, 운동복 차림의 젊은 남자든, 누군가의 어깨를 잡거나 손짓을 하며 무언가로 끌어들이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삐끼’였다.


이 단어의 어원은 확실하진 않지만, 영어 pick(선택하다) 또는 일본어 *引き(히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많다. ‘손님을 끌어오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한국식 속어로 굳어졌고, 지금은 주로 불법 유흥업소나 사행성 업소의 고객 유인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인다. 하지만 단어 자체가 사람의 행동 방식이나 욕망을 상징하는 쪽으로 확장된 듯하다.


오토바이와 함께 나타난 삐끼

어제 저녁, 푸미 거리에서 술에 잔뜩 취한 두 사람이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 뒤를 따라 오토바이 한 대가 천천히 속도를 맞춘다. 그 남자는 두 사람에 접근해 한동안 말을 건다.

“어디 가세요? 좋은 데 있어요.”

그 남자의 얼굴은 진지했고, 말투는 조심스러웠다. 익숙한 패턴. 서울에서도 흔히 보았던 장면이다.

술 취한 두 사람은 한참을 듣다가 머뭇거리기 시작했고, 결국 “됐어요”라는 손짓을 남기고 사라졌다. 어느 방향으로 가는 지도 모르게 두 사람은 떨어져서 투벅 투벅 앞으로 걸어 나간다.


삐끼는 5분 넘게 말을 걸었지만 결국 목표를 놓친 듯 하다. 그제서야 헬멧을 꺼내어 쓰며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먹잇감에 '안전'도 포기하고 달려 들었던 것이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목표가 사라지고 나서야, 안전이 생각나는 걸까?”


아무 일도 없었으니 다행이지만, 그 짧은 몇 분 사이에도 누군가는 위험을 감지했고, 누군가는 포기했고, 누군가는 다시 다음 기회를 기다리러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삐끼는 사라지지 않는다.

도시는 밤이 되면 또 다른 생명력을 가진다. 그리고 그 속에는 늘 누군가의 욕망과 누군가의 실수가 엇갈린다. 삐끼는 그런 틈을 노린다.


삐끼는 직업이 아니다. 삐끼는 상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안에도, 어느 순간 그런 유혹을 쫓는 마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보스.jpg 목표를 향해 돌진한 Boss의 이마에 난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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