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건 에어컨이 아니라 신뢰.

같은 회사, 다른 기술자, 다른 진단… 그저 웃음만 나왔다

by 한정호

지난 주에 천정형 에어컨이 고장났다. 작동은 커녕 바람 한 줄기 없이 미적지근한 공기만 감돌았다. 더운 날씨에 손님 받기도 힘들어 급히 서비스 요청을 넣었다. 기술자가 와서 점검을 하더니 실외기가 문제란다. 고쳐도 얼마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은근히 새 제품 구입을 유도하는 느낌이었다. 기기 노후화, 수명 불확실… 익숙한 레퍼토리였다.


오후에 자주 오시는 고객님이 이 상황을 들으시더니, 몇 백만원짜리 천정형 에어컨인데 5년 썼다고 고장나서 못 고칠 정도라는게 말도 안 된다고 하신다. 마음 한 켠에 찜찜함이 싹텄다. 뭔가 단정 짓기엔 석연치 않은 느낌. 그래서 다른 수리기사를 소개받아 다시 점검을 받기로 했다.


지난주 온 기사와 오늘 기사는 전혀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 이번 기술자는 실외기는 멀쩡하고, 단지 내부 센서만 교체하면 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나는 “센서 교체는 얼마인가요?”라고 묻자, 가격 확인을 위해 회사로 가서 확인해 하고 알려 주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기술자들 작업복이 비슷비슷해서 별 생각없이 검사하는 것을 보다보니 옷에 붙어 있는 회사명이 같은 것이 아닌가 싶어 지난 주에 호출한 업체 이름을 확인해 보니 동일 회사인 것이었다.

황당한 마음이 들었지만 모른 척하고 있었는데, 센서 부품을 검사하던 기사가 갑자기 작업을 멈췄다. 잠시 후 매니저가 그 기사의 말을 전했다. “고객님은 지난번 점검 때 이미 고쳐도 오래 못 쓴다고 설명 받으셨죠?”라는 확인한다는 것이었다. 상황 파악이 되었다. 이전 기사와 이번 기술자가 같은 팀이라는 사실이 회사 내부에서 공유되었고, ‘너무 간단히 고쳐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전달된 것 같았다.


그저 허탈한 웃음만 나왔다.

신뢰는 기계처럼 부품을 갈아끼운다고 회복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된다. 또 다른 업체를 수배해 봐야 할 것 같다. 또 시간은 흐르고 고객들은 불편해 하실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장 난 건 에어컨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신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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