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드는 술잔, 올라가는 세금

베트남의 주류 트렌드를 읽다

by 한정호

'음주 억제 위한 사실상 '금주령'... 술 소비세 폭탄에 멘붕'이라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참조 : (1) 음주 억제 위한 사실상 ‘금주령’...술 소비세 폭탄에 멘붕!! [베트남 인사이트] - YouTube


베트남에서 술은 오랜 시간 사교의 윤활유 역할을 해 왔다. 특히 남성 중심의 회식 문화에서는 "술이 없으면 대화도 없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베트남에서도 술잔을 내려놓는 손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24년 말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주류세를 인상한다는 정부 발표가 있었다. 알코올 도수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방식으로, 일부 고도주와 수입 와인, 위스키 등은 큰 폭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겉으로 보기엔 건강 보호와 음주 억제를 위한 정책처럼 보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이건 명백히 세수 보전을 위한 대응책이다.


술을 줄이는 건 국민, 세금 걱정하는 건 정부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도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음주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 음주 없는 소셜 모임

- 저도주 위주의 가벼운 음료

- 무알코올 맥주와 와인의 등장

그리고 디톡스, 피트니스 열풍까지

이런 흐름 속에서 당국도 세수 감소를 체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소득 대비 음주 지출이 줄어들자, 당연히 주류세 수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정부는 '줄어드는 음주량 = 늘려야 할 세율'이라는 공식으로 접근한 듯하다.


베트남 주류 시장의 변화

과거와 달리 요즘 베트남 음주 문화는 상당히 다층적이다. MZ세대 남녀는 클럽보다 조용한 바(bar)나 홈술을 선호한다. 건강을 중시하는 30대 직장인들은 '금주 챌린지'에 참여하거나 무알코올 맥주로 대체한다. 반면 지방이나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전통 소주, 미분주 등을 일상적으로 소비한다.

이처럼 세대와 지역에 따라 음주 양태는 갈라지고, 전체적인 소비량은 완만한 감소세를 보인다.

그 속에서 정부는 고도주 중심으로 세금을 올리고, 수입주류에는 사치세 성격의 부담을 얹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호찌민의 주말 저녁 거리. 예전 같으면 노상 술자리가 흔했지만, 이제는 맥주 한 캔에 치즈나 과일을 곁들이는 20대 커플들도 보인다. 이 변화는 강요나 금지의 결과가 아니다. '안 마셔도 괜찮은 분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에 세금을 올려 얻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저, 줄어드는 술자리와 반비례해 오르는 세금 그래프를 보며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건강은 개인이 지키지만, 세수는 누가 채워야 할까?"


내가 소주를 마시던 것에서 맥주로 바꾼 것 또한 주류세를 걱정해서가 아니다. 멘붕도 오지 않았다. 베트남도 이제 '술을 덜 마시는 사회'로 접어들었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건 어쩌면 정책일지도 모른다. 멘붕이 온 것은 시민이 아니라 주류업계와 정부 당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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