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 그 자세가 결국 인생을 나눈다
매장에 새 직원이 근무한 지 두 달이 되어간다. 중학생처럼 보이는 뽀얀 피부에 귀염상 얼굴에 손님들도 "왜 학생을 고용했느냐"고 물을 정도였다. “스무 살 넘었어요.” 라고 하면, 다들 놀란 표정이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고 응대하는 모습은 참 좋다.
근데 문제는, 그게 다라는 점이다.
설거지거리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다른 직원에게 넘긴다. 테이블은 닦는 ‘척’만 하고, 두 달이 지나도록 상품 가격이나 음식 가격을 아직도 제대로 모른다. 손님이 없을 땐 자리에 앉아 실컷 모바일을 본다. 그러다 손님이 몰리면 그제서야 “마트에 다녀오겠다”며 원재료를 사러 나간다. 그 뒷모습을 보면 솔직히, 뒷통수를 한 대 쳐서라도 추진력을 만들어 주고 싶은 충동마저 생긴다.
이러니 시급을 올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 리가 없다. 다른 직원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르고, 그만큼 시급도 몇 번이나 올랐다.
이 직원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같은 시간 일하는데 누구는 더 받고, 나는 덜 받네? 그러니 내가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생각이 행동으로 드러나고 결국엔 둘 사이의 차이를 더 벌려 놓는다.
같은 출발선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버린다.
정말, 게으름이라는 건 타고 나는 걸까?
사람은 쉽게 안 바뀐다는 말,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 같다. 누군가의 시선이나 조건이 변해야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각성하지 않으면 결코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보며 한국 사람들 입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 정말 게으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정말 그런가?'
같은 매장에서 일하는 또 다른 친구는 전혀 다르다. 자기가 해야 할 일뿐 아니라 남는 시간엔 뭘 더 도울까를 먼저 찾는다.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손님 응대도 빈틈이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신뢰가 생기고, 그에 대한 보상도 따라간다.
예전에 근무하다 고향으로 돌아간 매니저도 마찬가지이다. 그녀의 행동은 지금도 가끔 떠올리며 회상하곤 한다. '이 일은 내가 할테니 Mr.Han은 딴 일 하세요!'라며 자기 일에 정말 열정적이었던 모습.
같은 나라 사람인데도 이렇게 다른데, ‘국가’나 ‘민족’이라는 말로 게으름을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속상한 이유는 단순히 '게으른 직원'을 봐서가 아니다. 마치 딸 같은 나이의 처자가 그렇게 무기력하게,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 보내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 젊음이 아깝고, 그 가능성이 안타깝다.
결국, 자기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인생을 갈라놓는다는 걸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그런데 그때는, 이미 너무 늦은 순간일지도 몰라.
그런 걸 아는 내가, 먼저 속상한 것. 그게 아마… 부모라는 자리의 마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