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대사가 미륵보살의 현신(現身)?

달마 vs 미륵, 그 경계가 사라진 베트남 불교

by 한정호

베트남 사찰 앞 미륵보살, 사실은 달마대사가 아니었다니!


난 지금껏 베트남 사찰 입구에 모셔진 커다란 웃는 부처를 달마대사로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베트남에선 대사도 보살과 동급 취급을 받나 보다”라는 글까지 썼다. 푸미의 어느 사찰에서는 삼장법사까지 보살 옆에 모셔 둔 걸 보고, 더욱 확신했었다.

KakaoTalk_20240221_132134593_03.jpg 보살 앞에 위치한 삼장법사

미륵보살(Phật Di Lặc)이란 미래불(未來佛)로 불리는 보살로, 현재 도솔천(兜率天)에 머물며 지상 중생을 구제할 때를 기다린다.

미륵보살의 상징으로는 머리 위 둥근 혹(육계), 포만한 체형과 풍만한 미소, 목에 건 염주나 손에 든 복주머니가 있다고 한다. 이 특징들은 ‘다가올 희망과 자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럼 나는 왜 미륵보살을 달마대사로 오해했을까?

베트남의 미륵보살은 보리달마(布袋) 스님을 모델로 한 ‘웃는 부처상’ 형태가 많다. 또한 염주, 가사, 복주머니 등의 의상이 달마대사 의상과 유사하다. 특이하게도 동아시아의 불교에서는 현신(化身)신앙의 영향으로 보리달마를 미륵의 화신으로 받아들이는 전통이 있다.

덕분에(?) 사찰 앞 좌상은 웃는 달마로, 서 있는 입상은 전통 미륵보살로 혼동하기 쉬운 것이다.

미륵보살.jpg 바덴산 정상(해발 약 900m)에 세워진 미륵보살 대형 석조상

처음엔 이 사진을 보고 두 불상이 모두 미륵보살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아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트남 불교에 대해 살펴보면서 새로운 멋을 느낄 수 있었다.


베트남 사찰 앞 미륵보살의 다양한 형태로는 좌상(座像) 스타일이 있는데 '보리달마' 형태의 귀여운 미륵으로 표현되며, 작지만 친근한 미소 강조한다. 반면, 입상(立像) 스타일은 바덴산( núi Bà Đen ) 36m 대형 석조 미륵보살에서 보여지듯 장엄한 서 있는 모습이 ‘미래의 부처’를 당당히 표현하는 듯 하다.


푸미 사찰의 삼장법사(Tripiṭaka Buddha)도 보살 옆에 모셔진 이유 또한 한국의 그것과는 색다르다. 이는 베트남 불교의 대승·소승 통합적 성격을 나타내는 것으로, 경전을 전한 스님이자 보살적 속성을 지닌 인물로 인식하는데에서 기인한다.

보살 옆에 스승과 제자를 동시에 모시는 건 ‘교리와 자비’를 함께 드러내려는 전통인 것이다.

20241003_171605.jpg 보리달마 스님 형태로 모셔진 미륵보살

베트남 사찰 앞 웃는 부처가 달마대사라 여겼던 내 착각이, 사실은 미륵보살이라는 놀라운 깨달음을 줬다. '달마가 곧 미륵’ 신앙이 교차하는 이 지점이 베트남 불교 미술만의 매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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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23_121518.jpg 백제의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백제의 가냘프고 왜소한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을 감동으로 머리에 새겨놓은 내게, 베트남의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달마대사의 모습을 한 미륵보살을 상상하긴 지금도 쉽지 않은 듯 하다.


백제 사유상 앞에서 느낀 경외감과, 푸미 사찰 앞에서 깜짝 놀란 나의 오해 사이. 두 이미지가 주는 감동이 다르지만, 결국 ‘미륵보살이 전하는 희망’이라는 메시지는 같을 것이다. 다음에 또 다른 사찰 문을 열 때는, 그 미소 속에 숨은 이야기를 먼저 떠올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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