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같지 않은 토요일 오후

베트남의 법정 휴일과 도시별 주말 풍경에 대하여

by 한정호

토요일 오후, 매장에 앉아 있노라면 '주말'이라는 말이 무색해진다. 카페는 여전히 북적이고, 거리엔 오토바이 소음이 가득하다. 누군가는 출근 중이고, 누군가는 퇴근을 준비한다.

“오늘도 일해요?”

“물론이죠. 우리는 토요일도 근무합니다.”

한국에서는 금요일 저녁이면 ‘불금’이라는 단어가 자동재생 되지만, 베트남에서는 토요일도 여전히 ‘평일’의 연장선이다. 왜일까?


베트남의 법정 근무일은 '주 6일'

베트남의 법정 공휴일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음력 설(뗏)을 포함해 연간 공휴일은 약 11일 정도. 그리고 주 5일 근무제가 보편화된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베트남은 공식적으로 '주 6일 근무제'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일부 외국계 기업이나 대형 민간 기업, 혹은 공무원 조직 등은 자체적으로 주 5일제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민간 업장과 소규모 사업장, 공장 등은 토요일까지 출근이 일상이다.

KakaoTalk_20250621_180805881_01.jpg 푸미 KNG Mall 토요일 오후 6시 전경
KakaoTalk_20250621_180954896.jpg 토요일 오후 6시 하일랜드 카페 앞 전경

베트남 노동법에서는 '주 48시간 이내 근무'를 기본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6일로 나누면 하루 8시간, 5일로 나누면 하루 9시간 이상의 근무가 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고용주는 종종 주 6일제를 선호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더 많은 일자리가 필요한 현실 속에서 ‘주말까지 일할 수 있는 환경’은 오히려 생계 유지의 방편이기도 하다.


대도시 vs 중소도시의 주말 풍경

호찌민시나 하노이 같은 대도시는 외국 기업과 현대식 기업문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토요일 정오 퇴근’ 혹은 ‘격주 휴무’ 등의 제도가 생겨나고 있다. 백화점이나 프랜차이즈 카페에선 교복을 벗은 학생들과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섞여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 개인 상점, 공장 근로자들은 토요일도 정상 출근한다.

반면, 중소도시나 시골로 가면 양상이 다르다. 농업 중심의 지역에서는 계절과 날씨가 곧 ‘근무일정’이다. 비가 오거나 한낮이 너무 더우면 자연스레 일이 멈추고, 휴식이 주어진다. 주말이란 개념보다는 ‘오늘은 일할 날인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오히려 토요일에는 재래시장이 더 활기를 띠고, 집집마다 결혼식이나 제사가 열리는 ‘마을의 중요한 날’로 활용되기도 한다.


우리는 주말에 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그 '주말 감각'이 다르다.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가게, 학교, 관공서. 주말이면 도시의 템포가 확 바뀌는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마치 일주일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물론 점점 더 많은 베트남인들이 '주말의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주 5일제’는 도시의 일부, 그리고 중산층 이상의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오늘 토요일 오후, 이곳 푸미의 거리에는 여전히 철문을 반쯤 열고 앉은 미용실 아주머니가 있고, 밀린 숙제를 들고 학원으로 가는 초등학생이 보인다.

주말 같지 않은 토요일, 그게 이곳의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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