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조금씩은 다른 나를 발견해보고 싶다
요즘 뭔가 매너리즘에 빠진 느낌이다. 의욕도 없고, 하루하루가 무색하게 흘러가고 있는 듯 하다. 오늘 일부러 중국에 있는 친구,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내 요즘 생활과 기분을 이야기도 해 보았는데, 돌아온 답은 거의 같았다.
"인생, 다 그런 거지 뭐."
순간 위로가 되기도 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지만 이상하게 찜찜했다. 뭔가 허전했고, 그 말이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오전 쇼핑몰 앞 잔듸밭을 보니 길게 자란 잡초들을 잘라놓아 마른 풀이 되어 있었다. 몇 년 전 일이 생각났다. 옛날 시골에서 논에 불을 지르던 것처럼 그 넓은 광장을 불태우면서 황홀해 했던 기억. 라이터를 마른 풀 가장자리에 붙였다. 마치 쓰나미처럼 불이 번지는 듯 하다가도 푸른 풀이 있는 경계에선 힘없이 불길도 멎어 버리고 만다.
예전에 이 불장난을 하면서 이상하게도 동학농민혁명이 생각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죽은 듯한 풀에 붙은 불길이 마치 쓰나미가 일어나듯 무섭게 번져 나가다가도 어느 순간 맥없이 꺼져 버리는 모습, 죽은 듯 불길이 없다가도 어딘가 조그마한 불씨가 불어오는 바람에 다시 불길을 살리곤 했었다.
희망과 허무가 함께 스쳐 가는 듯 하다. 살아 있는 듯하지만, 결국 꺼지는 불.
그것이 지금 내 마음과도 닮아보여 오늘은 행복하지 만은 않은 불놀이이다. 하지만 불장난을 하면서 결심 하나를 했다. 이 무료한 기운을 떨쳐내기 위해 하루에 작은 변화 세 가지를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다른 일을 찾는 것도 재미다.
매장 앞에 놓여 있는 아이스크림 쇼케이스가 낮 뜨거운 태양아래 힘들어 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을 보면서 '무슨 조치를 해줘야겠다'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오늘 저녁 행동으로 옮겨 버렸다.
작은 것들이지만, 오늘을 어제와 다르게 만들어 보려 한다.
“인생, 다 그런 거지 뭐.”
그래, 다 그런 거지만 그래도 매일이 조금은 달랐으면 좋겠다. 그 다름이 나를 살아 있게 해주는 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