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메시지, 그리고 오래된 기억 하나

학교 선생님보다 무서운 엄마

by 한정호

아침 눈을 뜨자마자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아들이 다니는 학원의 선생님이었다.

'상진이가 아직 학원에 오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네요. 확인 부탁드립니다.'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순, 재수를 결심하고 휴학계까지 낸 후 시작한 학원이었다. 혼자서는 아침 시간 관리가 어렵다며, 입·퇴실 관리를 철저히 해주는 학원을 고집해 등록한 곳이다. 그런 아이가, 아침 9시가 다 된 지금까지도 학원에 나타나지 않았다니.

더 속상했던 건, 어제 아침에도 학원 입실 시간이 10시가 넘어 있었던 점이다. 저녁에 메시지를 보냈다. '오전에 무슨 일 있었니? 벌써 나태해지면 안 돼. 아침시간 확실히 관리하자'라고. 짧게 “네”라는 답이 왔지만, 오늘 아침 또다시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으니, 서운함과 분노가 함께 밀려왔다.

곧바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피곤하고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세요?”라고 묻는다. 선생님의 문자 이야기를 꺼내자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오늘 아침은 사랑니 실밥을 제거하러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었고, 그 사실을 선생님께도 미리 말씀드렸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났다가 ‘오늘은 오전에 병원을 가야 하니까 학원은 못 가겠다’ 싶어 다시 누웠다고 했다.

어제 내 메시지, 그리고 오늘 선생님의 연락까지 겹쳐 당황했을 그 마음이 느껴져 더는 질책하지 않았다.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국민학교 시절, 몸이 좀 안 좋다며 조퇴를 한 날이었다. 집에 돌아오자 엄마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 정도로 조퇴하는 학생이 어딨어? 다시 학교 가!”

당황한 나를 향해, “학교에 양호실도 있고, 정말 아프면 선생님이 병원 보내주실 거야.”

당시 학교로 돌아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학교를 조퇴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나는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모두 개근상을 받았다.


고등학생 때, 늦잠 자고 아침밥도 못 먹고 뛰어나가려 하면 현관 앞에서 또 호통이 시작됐다.

“지각해도 좋아. 밥은 먹고 가.”

지각은 네 잘못이고, 벌도 네가 받으면 되지만, 엄마가 준비한 밥은 먹고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침밥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려는 어머님의 마음이셨을 것이다.


나는 선생님께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오전은 병원에 다녀온다고 합니다. 오후에 입실 예정이에요. 우리 상진이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 후, 선생님에게서 답장이 왔다.

'말을 했던 것 같기도 한데, 제가 메모를 안 해두었나 봐요. 걱정되었네요. 앞으로 더 잘 살필게요.'

너무나도 감사한 말씀이었다. 선생님이 아이를 얼마나 살피는지, 학원이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상진이도 아마 오늘 아침의 이 ‘작은 사건’을 통해 한 번 더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 아침의 해프닝은, 우리 모두에게 ‘믿음’과 ‘기억’을 다시 일깨워준 조용한 선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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