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베트남 도심엔 길쭉한 집들이 즐비할까?
한눈에 보기에도 독특한 베트남의 집들
폭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인데, 깊이는 마치 기차 칸처럼 길게 이어진다. 3~5층, 심지어 7~8층까지 위로 높이 쌓아 올린 집도 있다. 베트남 도심을 걷다 보면 이런 ‘빼빼로 집’들이 끝없이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 눈에는 다소 기이하게 느껴질 수 있는 풍경이다. 왜 베트남의 주택들은 이렇게 ‘좁고 길고 높은’ 형태로 지어졌을까?
세금 제도에서 시작된 건축 양식
‘빼빼로 집’의 시작은 19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당국은 주택의 도로와 맞닿는 면적(전면 폭)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전면이 넓을수록 세금이 높아지는 구조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폭은 좁게, 대신 뒤로 길게 주택을 짓기 시작했다. 이 구조는 이후 베트남의 도시화와 함께 표준 주택 모델로 자리잡게 되었다.
호찌민시 같은 대도시에서는 폭 × 깊이가 4m × 20–25m 정도 되는 전통적인 필지가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도시 내 4 × 25 m, 4 × 20 m 등 ‘빼빼로’ 형태의 예가 많으며, 북쪽 하노이에서도 폭은 4–6 m, 깊이는 상황에 따라 최대 100 m에 이르는 긴 필지가 발견되기도 한다 .
호찌민시 외 지역도 규격이 다르다. 예를 들어, 일부 지방 도시에서는 6 m 너비 × 25 m 깊이 필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도시 계획, 개발 압력, 토지 가치에 따라 지방마다 필지 폭은 4~6 m, 깊이는 최소 20 m 이상으로 다양하다.
또한 베트남의 상업 전통도 한몫했다. 많은 가정이 집 1층을 가게나 카페, 식당으로 활용하고, 그 위층에 가족들이 거주하는 방식은 지금도 그대로 이어진다. 전면이 좁다 보니 간판이 작게 붙고, 입구는 문 하나가 전부인 경우도 많다. 대신 건물 안으로 깊게 들어가야 진짜 내부가 시작된다.
용도 다변화와 세대 분리형 주거
현재 베트남의 ‘빼빼로 집’은 과거보다 더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1층은 여전히 상업 공간으로 쓰이고, 2층부터는 거주 공간으로 나뉘는데, 한 집에 여러 세대가 살며 층마다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수직 가족 주거’가 일반적이다. 일부 건물은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월세 임대용으로 재편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빼빼로 집을 모던하게 리모델링해서 내부를 카페·오피스·공방으로 바꾸는 젊은 층도 늘고 있다. 공간은 좁지만 층을 올리고 내부 구조를 슬기롭게 바꾸면 도시 한복판에서 소형 창업 공간으로도 손색이 없다.
채광, 환기 문제와 화재 위험
하지만 이 구조는 단점도 명확하다. 옆집과 거의 맞닿아 지어지는 경우가 많아 창문을 낼 수 없고, 환기와 채광에 큰 제약이 있다. 뒷부분은 자연 채광이 전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낮에도 실내가 어두운 경우가 흔하다. 또한 좁은 계단과 복잡한 내부 구조는 화재나 응급 상황에서 대피에 큰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이러한 필지 규격과 전통 모델을 바탕으로, 4 × 25 m 등의 좁은 폭 안에서 내부 구조 설계, 채광 아트리움, 루프탑 정원 등을 통해 공간 질감을 높이는 시도가 활발해 지고 있다.
또한 부자들은 두 필지 이상의 땅을 구매하여 서양식의 넓은 거주형 주택을 완성하는 경우도 많다.
조밀한 틈새에서 살아가는 베트남 도시의 일상
‘빼빼로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세금제도의 흔적에서 시작된 이 독특한 집 구조는, 오늘날에도 베트남 사람들의 삶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좁은 골목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집들 사이로, 가족의 식사가 오가고, 가게 문이 열리고, 오토바이가 드나들며, 도시의 하루가 흐른다.
전면이 좁은 땅에 뒤로, 하늘로 쌓아 올린 공간은 불편함도 있지만, 그만큼 치열하고 창의적인 삶의 방식이 담겨 있다. 베트남의 도시를 이해하려면, 이 좁고 긴 집들 속 사람들의 일상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그 안에 이 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두 함께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