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보스는 이상하리만치 얌전했다.
평소엔 내 배 위에 얹혀 몇 번 꿈틀대다가 곧 자기 베개로 점프하곤 했는데, 오늘은 내 배 위에서 엉덩이를 푹 담그고 있다가, 천천히 내려와 팔베개 위에 턱을 얹고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 따뜻한 온기와 느릿한 숨결이 고맙고 기특해서 나도 얼굴을 살짝 기대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드르르르르르르르!!" 귀를 때리는 날카로운 드릴 소리가 방 안에까지 울려 퍼졌다. 순간, 보스가 "악!" 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딛고 뛰어올랐다. 어디를 밟은 건지, 이 녀석의 뒷발이 내 코 옆을 지나 목덜미까지 긁고 지나갔다. 얼얼한 느낌과 함께 몇 초 지나니 주르르 피가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놀라고 아프고 얼떨떨했다.
이게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싶다가도, 어쩌겠나. 내가 먼저 데리고 와서 얼굴을 비비게 했고, 공사 소리에 놀라 도망간 건데…
하지만 이번엔 놀자고 앞발 툭툭 치던 장난과는 다르게, 이번엔 진짜 깊게 패였다.
욕실에 가서 상처를 씻고, 수건으로 핏기를 닦아내며 "아빠 아야!"라고 했더니, 보스는 침대 밑 다리 너머에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눈치를 본다.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한다.
'나도 알지. 잘못한 거 아닌 거 안다.'
그럼에도 이 상처는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피가 멈춰도, 벌겋게 그어진 줄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오후부터 보스는 내 옆에 잘 다가오지 않았다. 미안한 걸까? 아니면 자기가 놀란 감정이 아직 가시지 않은 걸까? 고양이라는 동물은 무척 단단하면서도 동시에 유리처럼 예민하다. 그래서 더 사랑스러우면서도, 그래서 더 멀리 있어줘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약도 먹고, 연고도 발랐다. 반창고도 붙여야 할 것 같다. 보스는 평소처럼 다시 이불 위로 올라와서, 내 턱을 비비고 핥아주면 좋겠다.
'괜찮아, 보스야. 아빠가 놀랐지? 너도 놀랐지?'
우리 둘 다 놀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