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소식이 없습니다

베트남 여행 중 구금된 지인을 둔 독자의 절박한 이메일 서신

by 한정호

이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답답한 마음에 실례를 무릎쓰고 메일보냅니다'라고 시작된 서신의 내용은 이러하였다. 베트남 여행 중이던 지인이 모르고 찾아간 술집이 불법약물을 취급하는곳이어서 그 곳에 있었다는 이유로 공안(경찰)에 연행됐고, 4월 말 체포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조사도 없이” 구금돼 있다는 이야기였다. 7월부터 조사가 진행 될것이라는 지인 주변 사람들에게 전해 듣긴 했으나, 베트남 현지에서 기다리란 말만 들리고 현재까지 이후의 상황은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베트남에선 '조사도 없이 두 달 구금’이 정말 가능할까?

한국 기준으로 보면 상식 밖의 일이다. 체포 후 48시간 안에 영장실질심사가 열리고,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며, 구속기한은 10일 단위로 잘게 끊긴다.


하지만 베트남의 형사 절차는 다르다.

최대 구금 기간을 살펴보면, 예심(수사) 1차는 4개월이며, 관할 검찰 승인이 필요. 예심 2·3차는 연장 가능하여 총 16개월까지 가능하다.

특히 마약·조직범죄 등 ‘특히 중대범죄’의 경우, 체포 직후 72시간 안에 검찰 승인을 받으면, 사실상 ‘수사 준비’라는 이름으로 몇 주씩 흘러가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약 관련 사건은 ‘특히 중대’로 분류돼 연장 신청이 거의 자동 승인된다. 외국인이라도 예외는 없다. 체포 후 3일 이내 영사 통보 의무만 있을 뿐 “즉시 면담” 보장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독자님께서 말씀하신 ‘두 달 대기’는 가능하다. 현실에서는 통역관 배정 지연, 약물감정 결과 대기, 공범 추적 같은 이유로 더 길어지기도 한다.


독자님께 몇가지의 질문을 드렸다.

사실 관계가 선명해야 대응 전략이 보이기 때문이다.

1. 발생 지역은 어디인가? – 호찌민, 하노이, 지방 도시마다 수사 관행이 미묘하게 다르다.

2. 구금자는 한 명인가 복수인가? - 동석 인원이 많으면 수사 속도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

3. 영사 접견 기록이 존재하는가? - ‘Tiếp xúc Lãnh sự’ 사본을 확보하면, 실제 진행된 절차를 거울처럼 들여다볼 수 있다.

4. 현지 변호사 선임 제안 드렸다. - 경험 많은 현지 변호사가 공안 조사에 동석해 진술 왜곡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5. 7월 조사 개시라는 소식의 출처는 확실한 것인가? 루머인지, 정식 통지문인지 구분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액션들

1. 영사관에 ‘접견 통보서’ 사본 요청

2. 마약 사건 전문 로펌 컨택

3. 여행 일정·결제 내역 등 무혐의 증빙 자료 정리

4. 체포일 기준 예심 시계를 계산하여 현재 4→8→12→16개월 중 어디쯤인지 확인


조사 한 번 없이 기다리라니, 말이 되나요?

독자의 울분은 당연하다. 필자도 처음 이메일을 접하면서 그런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베트남 형사 시스템은 ‘느리지만 합법’한 구금 구조를 허용한다. 우리는 감정적으로 반발하기보다는 제도 안에서 작동하는 레버를 찾아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영사조력으로 기록을 확보하고, 변호사를 통해 심문 현장을 동행하며, 수사기한을 체크해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기억 하나

몇 년 전, 가까이 지내던 지인분도 베트남에서 비슷한 좌절을 겪었다. 회사를 운영하던 중, 회계직원이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었다. 범인은 확실했고 자백도 했지만, 사건은 1년 반이 지나서야 종결되었다. 그나마 개인 가정사 문제로 급전이 필요했던 그녀가 다행이 마음이 착해 매월 횡렴금의 일부를 상환했기 때문에 일찍 끝난 것이다.

당시 현지 경찰서에 함께 드나들며 지켜본 것은, 절차의 비효율성과 정서적 거리감이었다. 우리 편보다는 자국민의 사정을 더 헤아리는 듯한 태도, ‘해야 할 일’을 무언가를 바라는 듯 행동하는 모습.

지인분은 그 사건으로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에 대한 상처를 안고 회사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셨다. 지금도 그 분과 통화를 하면 그 사건이 인생에 제일 큰 상처로 남아있다고 하신다.

그때의 기억이, 독자님의 메일을 읽으며 떠올랐다.


불안한 현실 속에서,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조사도 없이 그냥 기다리라고요? 말이 됩니까?”

독자님의 울분은 당연하다. 하지만 베트남의 형사 시스템은 ‘느리지만 합법’이라는 구조를 통해 구금의 시간들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감정적으로 반발하기보다는 제도 안에서 작동 가능한 레버를 하나씩 찾아 움직이는 것뿐이다. 지금부터라도 법적 구조를 이해하고, 영사조력과 변호인 동행, 자료 정리와 수사 시점 계산을 통해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베트남에서 범죄 저지른 한국인들은 어떻게?

이 글이 독자분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여 드린 듯 하지만, 그래서 더 외국에선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명함.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세기 전 사이공, 그리고 나의 화곡동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