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아-붕따우 딘 산과 수이띠엔의 우기 여행
베트남 남부가 본격적인 우기에 접어들면 매일 오후쯤이면 어김없이 스콜성 비가 쏟아진다. 순간에 쏟아지는 비에 숙소를 100m 앞에 두고 비 맞은 생쥐꼴이 되기도 하고, 지나가는 차가 튕기는 흙탕물에 화를 내지만, 차량 기사는 아무일 없다는 듯 쌩 지나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 비는 ‘여행의 방해물’이 아니라, 오히려 남부만의 특별한 풍경을 완성시킨다.
푸미나 바리아-붕따우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남부를 여행 중인 사람이라면 우기철에 꼭 한 번 방문하길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딘 산(Núi Dinh) 자락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계곡, 수이 띠엔(Suối Tiên)이다.
수이 띠엔, 물이 노래하는 산속 계곡
Suối Tiên은 바리아-붕따우성 떤타인(Tân Thành) 지역의 딘 산에서 흘러나오는 자연 계곡이다. 호찌민 시내에서 약 90km 거리, 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도착하는 순간 “와, 진작 올걸!”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올 것이다.
맑고 차가운 물줄기가 산길을 따라 흐르고, 큰 바위가 층층이 놓인 곳에는 자연스레 야외 수영장이 만들어진다. 비가 자주 내려 물이 맑고 풍부하며, 우기철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과는 다른 특별한 계곡 문화
이곳에서의 하루는 한국의 계곡과는 조금 다르다. 훨씬 자유롭고, 흥이 넘치며, 자연과 가까워진다. 계곡물에서 수영하고, 고기도 구워먹고, 일부 구간은 물을 가둬 수영장처럼 이용할 수 있다.
석쇠, 숯, 쌀국수, 고기 등을 싸와 직접 바위 위에서 구워 먹는 문화가 자연스럽다. 식당이 있는 구역에서는 닭구이, 구운 메기, 해산물 볶음 등을 바로 주문할 수 있다.
노래방? 여기선 야외 라이브다. 스피커를 가져와 가족이나 친구와 신나는 라이브 한 판. 어떤 가족은 휴대용 노래방 기기를 설치해 놓고, 남녀노소 돌아가며 트로트부터 베트남 팝송까지 부른다.
현지인의 여유를 닮은 공간
해먹을 걸고 낮잠을 자는 사람들, 물놀이에 흠뻑 젖은 아이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 이 모두가 이 계곡의 일상이다.
여행자를 위한 팁 & 주의사항
위치 : 딘 산 자락, 바리아-붕따우성 Tân Hải
거리 : 호찌민에서 약 90km (1시간 30분 소요)
입장료 : 대부분 무료 또는 주차비 10,000~20,000동
추천 시간 : 오전 8~11시 입장 → 우기 비 시작 전 즐기기
준비물 : 여벌옷, 슬리퍼, 방수 가방, 해먹, 숯불 그릴, 스피커 등
※ 딘 산 자체도 중급 트레킹 코스로 인기 있는 산이라, 오전엔 등산을 하고 오후에는 점심후 물놀이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우기, 불편함 속에서 피어나는 자유
우기에 여행을 한다는 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갑작스러운 스콜, 미끄러운 산길, 젖은 옷과 수건들... 하지만 그런 순간이야말로 진짜 베트남 남부의 리듬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이다. 비가 흘러내린 계곡 물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웃음 섞인 노래들. 이 모든 것이 남부의 우기풍경이고, 우리 삶의 특별한 장면이 된다.
올 여름 우기에는 나도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모아 특별한 계곡 여행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