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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04. 2024

베트남사람들의 뻔한 거짓말

믿음과 불신, 내 맘속에 있을까? 남에게 있을까?

 또 화를 내었다. "거짓말하지 마" 잘못한 걸 알면서도 누가 그렇게 하라 했다고 하거나, 자기가 한 건 문제없다고 하는 모습에 화가 치민다.


 손님이 어묵탕을 시켰는데 어묵이 없다고 매니저가 뛰어 왔다. 어묵을 건네주면서 순간 의심이 들었다.

 '주방에 있는 매니저였으면 여기 있는 것도 알고, 어떻게 요리하는 지도 알 텐데...' 레시피를 간단히 설명해 주고 매장으로 갔다. 주방에 있는 직원이 어묵탕을 만들기 위해 물을 끓이고 있는데 물이 한 바닥이었다. 물이 얼마 들어갔냐고 묻자 두국자라고 한다. 누가 봐도 아닌데 그렇다고 우긴다. 두 국자를 퍼 내 바닥에 쏟아 버렸다. 그래도 그만큼의 물이 남아 있었다.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야!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소리치자 데스크에 있던 서비스 매니저가 왔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다. "매뉴얼 대로 하라고 했잖아. 그리고 지금 또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잖아!"라고 소리치자 피식 웃으며 "이해한다. 알았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 글을 쓰면서도 열불이 터진다. "야! 네게 잘못한 거면 "이해한다"가 아니고 "잘못했습니다"라고 얘기해야지! 잘못했습니다라고 사과해!"라고 하자 또다시 "이해한다"라고 대답한다. '이 넘을!!' 한 숨을 한 번 쉬고 다시 말했다. "네가 잘못한 거면 정확히 잘못했습시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라고 명령을 했다. 그제야 "잘못했습니다"라고 말을 한다. 다시 한번 명령했다 "큰 소리로!!" 그제야 옆에 있는 사람이 들릴 정도로 "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녀석이 마음으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거의 들지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을 비켜 가기 위해서 큰 용기를 냈을 뿐이다. 다른 사람도 들을 정도로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냈을 뿐. 한두 번도 아닌데 내가 화를 내는 모습도, 잘못을 시인하는 것을 굳이 들으려 하는 내 모습도 속상하다. 


 못 미더운 사람 투성이인 이곳.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곳. 그저 내 마음 안에 그 기준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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