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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기어 들어와!

우리와는 사뭇 다른 베트남 사람들의 직업관

by 한정호

한때 직장은 ‘또 하나의 가정’이었다.

선배 세대, 그리고 내 또래인 50대만 해도 회사에 입사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버는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일이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생활하고, 회식에서 웃고 울며, 때로는 개인의 삶보다 회사를 우선하는 경우도 많았다. 회사의 발전이 곧 나의 발전이었고, 그 속에서 자존심과 성취를 찾았다.

하지만 젊은 세대로 올수록, 이런 ‘헌신적 직장관’은 점차 희미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는 직장이 일종의 공동체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그래서 회사를 떠난 사람이 다시 같은 직장 문을 두드리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여기가 어디라고 다시 기어 들어와!’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삼성전자 '또 하나의 가족' 광고 이미지

그런데 베트남은 사뭇 다르다.

여기서 직장은 철저히 ‘돈을 버는 자리’로 받아들여진다. 노동의 대가를 주고받는 임시적 공간일 뿐,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지 않는다. 직원들은 언제든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하고, 마음이 맞으면 예전 직장으로도 다시 돌아온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보면 다소 가볍고 무책임해 보일 수 있지만, 그들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한국은 오랫동안 집단주의와 조직 충성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희생과 헌신’이 곧 생존이자 발전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베트남은 전쟁 이후 경제 개방을 거치며 개인의 노동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직장은 내 삶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니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식 직장 문화의 무게를 그대로 기대하는 건 베트남 사람들에겐 과도한 요구일 수 있다. 반대로 베트남식 가벼운 직업관이 한국인에겐 무책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차이를 인정하는 것 같다. ‘왜 저 사람들은 저럴까’라는 불만보다는, 서로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는 태도 속에서 진짜 협력이 가능하다. 직장은 어쩌면 가족이자, 또 어쩌면 단순한 일터다. 이 사이 어디쯤에서 서로 존중하며 함께 일하는 길을 찾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예전에도 직원들과의 회식에서 이런 느낌을 확인하고 글로 소개한 기억이 떠올라 다시 한 번 소개 하고자 한다.


04화 베트남 직원 회식

베트남 직원 회식 - 회사는 그저 행복한 가정을 위한 수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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