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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에 불어오는 ‘중국어의 소음’

체감과 숫자로 보는 베트남 내 중국인의 현재

by 한정호

저녁 러시, 문이 열리자마자 중국어가 매장을 가득 메운다. “니먼 팅더 똥 마?(알겠어)” “oi, 콰이이 디엔!(야! 빨리!” 한국인이 운영하는 베트남 현지 식당이지만, 주문은 대화가 아니라 지시처럼 들릴 때가 있다. “다른 손님들도 있으니 조용히 해 달라” 중국어로 한마디 건네면 그제야 주인이 자기들 말을 이해한다고 눈치를 챘는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고 조금 조용해 진다.


요 몇 달, 푸미 일대에 중국계 공장과 근로자, 출장 인력이 확 늘었다는 현장감이 분명하다. 그 체감을 데이터와 지역 투자 지형으로 확인해 본다.


1) 숫자로 보는 외국인 근로자와 중국인 비중

베트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2024년 말 기준 약 16만 2천 명. 정부·노동당국 집계다. 이 중 국적 비중을 보면 중국 30.9%, 한국 18.3%, 대만 12.9%, 일본 9.5% 순으로 나타난다. 단순 계산하면 중국 국적 근로자가 약 5만 명대라는 뜻이다(16.2만 × 30.9%).

공단·건설·설비·유통·서비스까지 중국계 고용이 두텁고, 남성·30대 이상 비중이 높다. 매장에 단체 방문이나 식사 중 큰 대화음이 잦은 이유를 ‘이 구성’에서 찾을 수 있을 듯 하다.


2) 관광객 유입 : 1위 중국, 손님 구성의 또 다른 축

2024년 베트남의 전체 외래 관광객은 1,750만 명. 이 중 중국인이 370만 명(약 21%)으로 1위였다. 2025년 1분기에도 중국인이 약 160만 명으로 다시 1위를 기록했다. 즉, 출장·근로자뿐 아니라 관광 손님도 ‘중국어 비중’을 밀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3) FDI 흐름 : '누가 공장을 더 지었나?'

2024년 베트남 FDI 유치 현황을 보면 총 382억 달러. 국가별로는 싱가포르, 한국이 금액 기준 상위를 차지하였지만, 중국은 ‘신규 프로젝트 수’에서 1위(28.3%)를 차지했다. 숫자상으로 새 공장을 가장 많이 연 나라 중 하나가 중국이라는 뜻이고, 이는 현장 근로자·출장 인력의 유입으로 이어졌다.


4) 왜 하필 푸미·바리아붕따우인가


푸미는 심해항(까이맙–티바이 축), 철강·시멘트·화학·에너지 집적지로써, 공단(Phu My 2공단, 3 공단 등)이 촘촘하다. 2024~2025년 지역 물류·에너지 투자(예 : 까이맙 LNG 터미널 시운전, BOE 공장 준공 및 양산 개시, 공단형 근로자 주거단지 Gate Towers 착공)가 이어지며, 생산기지·근로자 수요가 더 커졌다. 이런 구조는 중국계 제조·설비·하청사 유입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KakaoTalk_20250828_081225709.jpg 아파트 앞에 길게 늘어선 출퇴근 전용 대형 버스들
KakaoTalk_20250828_081225709_01.jpg 미니호텔 입구에서 출근 노동자들을 기다리는 대형버스 모습
KakaoTalk_20250828_081225709_02.jpg 미니호텔 앞에서 출근 차량을 기다리는 중국 노동자 모습

그 덕분(?)에 이 지역에 몇 안되는 중대형 리조트와 호텔은 몇 달 전 사전예약을 해야만 사용이 가능하고, 주변 미니호텔들도 객석이 많지 않은 상태이다. 심지어 3~4층의 건물 전체를 임대하여 20~30여명의 근로자들이 함께 기숙하는 경우도 상당수이다.


5) 호찌민 ‘푸미흥’의 전조 : 외국인 밀집과 생활 문화 충돌

호찌민 7군 푸미흥 신도시는 이미 외국인 밀집지로, 일부 동에서는 외국인 비율이 30~50%에 달한다. 현재 입주자의 구성은 한국, 일본, 대만, 중국 순으로 큰 상태이다. 한편으로 상업, 주거, 학교 인프라가 ‘외국인 친화적’으로 바뀌며 생활 문화의 마찰도 빈번했다. 푸미 지역에서 지금 겪는 감정은, 사실 푸미흥에서 먼저 겪었던 변화의 ‘확산판’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공존은 국적이 아니라 행동의 기준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4개 언어로 “조금만 조용히 해 달라”는 부탁을 건네고, 손님은 소리의 볼륨을 낮추고 서로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는 작은 약속을 지킨다. 항만과 공단이 키운 이 도시의 속도는 빠르지만, 식당의 시간만큼은 천천히 흐르면 좋겠다. 그 한 끗의 배려가 우리 모두의 저녁을 더 맛있게 만들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말 걸고, 한 문장씩 맞춰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같은 동네에서 오래 사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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