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남기면 아깝다 못해 속상할 때가 있다.
우리 매장에 오신 한국인 손님들중에는 "여긴 음식양이 너무 많아요. 뚝배기를 한 사이즈 작은 것으로 바꾸세요"라며 불평아닌 불평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 때마다 난 "그래도 중국인, 베트남 현지인들은 안 남기고 다 드세요" "많이 드리다가 줄이면 뭐라 하시는 분도 있을 것이고..."라고 말을 흐리곤 한다.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며 나를 옹호해 주신다. "아니예요. 괜찮아요. 고객들이 음식량 많다고는 하시만 그래도 나가서는 거긴 음식도 많고 푸짐한 느낌이야"라고 하신다고.
나는 항상 볶음밥을 시키면 반은 여기서 먹고 반은 포장해 달라고 주문을 한다. 50%를 줬다고 하는 걸 먹다가 다 못 먹고 포장된 용기를 가져와 담고 보니 새로 나오는 음식이상의 것이라 싶다. '식당 사장이 먹는 것이니 고기도 더 많이, 음식도 더 많이 넣을 수 있겠다' 생각을 하더라도 너무 많은 것에 '손님에게 제공되었으면 또 다 버렸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니 한 편으론 화가 나기도 하고 한편으론 속 상하기도 하다.
버려지는 음식과 반찬들이 아까워 '음식 원재료 등을 많이 사용하고 그 원재료를 사오는 과정에서 커미션을 받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실제 다른 식당의 사장이 내게 주방장이 원재료 가격을 부풀려서 착복을 한다고 귀뜸(?)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도 난 그렇게 말을 하고 마무리 했다. "그래도 제일 좋은 품질 재료를 구하니까 손님들이 불만 없으신 것이고, 원재료 가격이 조금 비싸도 괜찮아요"라고는 했지만 마음이 평안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 날도 내 맘 속으로 '월급도 작은데... 그래도 우리 매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베트남 사람들 물건 사면서 커미션 받는 건 기본인데...'라면서 믿고 이해하기로 하면서 내 마음을 고의로 가라앉히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저녁엔 남겨진 볶음밥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저 주방 직원은 고향이 시골이지! 혹시 고향식대로, 푸짐하게 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라는.
우리의 농사문화 전통에서도 객에게 푸짐하게 밥을 내어 주었다. 반찬 가짓수는 적어도 밥 만큼은 적지 않게.
한국의 농사문화와 ‘밥의 의미’
우리 농경사회에서 밥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었다. 손님이 오면 반찬은 한두 가지여도 밥만큼은 제삿밥처럼 높이 담아 내놓았다. “밥이 부족하면 야박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푸짐한 밥은 환대와 정성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늘 밥을 한 그릇이라도 더 권했고, 아이들은 ‘밥 한 톨이라도 남기면 벌 받는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베트남 농사문화 속의 밥
베트남 역시 농사 중심의 사회였다. 쌀농사가 삶의 중심에 있었고, ‘밥(껌 - cơm)’은 곧 생존이자 풍요의 상징이었다. 베트남 가정에서도 손님을 대접할 때는 고기나 반찬보다 먼저 밥그릇을 듬뿍 채워 준다. 심지어 “밥이 많아야 집안이 부유하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래서일까? 한국 손님들은 “양이 너무 많다, 그릇을 좀 줄여라”라고 하지만, 베트남 손님들은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같은 장면을 두고도 평가가 다르게 나오는 건 결국 문화적 배경이 달라서다.
문화적 공감대를 위하여
음식의 양을 두고 느끼는 불편함 속엔 사실 양쪽 문화가 가진 농사적 전통이 숨어 있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밥은 풍요, 밥은 정성’이라는 마음을 공유한다. 다만 표현 방식이 조금씩 다른 것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불평보다 이해다. ‘왜 이렇게 많이 주지?’가 아니라 ‘저 사람의 문화에선 많이 주는 게 예의구나’라고 바라보면, 식탁 위에서 작은 문화적 공감대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니 공감이, 서로 다른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야 할 미덕이 아닐까 싶다.
'주방에서 내가 주인이라고 더 많이, 알차게 챙겨주는구나' 싶으니 꽤심한 생각은 사라지고, 남은 음식도 잘 챙겨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