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베트남의 분묘 인식 비교
1. 한국의 분묘, 왜 혐오시설이 되었을까?
한국에서 묘지는 오랫동안 조상 숭배와 효의 상징이었다. 조상의 묘를 잘 모시는 것이 집안의 기운을 지키고 자손의 복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그래서 산등성이마다 봉분이 이어졌고, 명절이나 기일에는 성묘 문화가 정착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도시 인근의 묘지는 주거지 확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고, 공동묘지는 집값 하락과 직결되는 요인이 되었다. 또, 매장 중심의 장례 문화는 한정된 국토를 지나치게 잠식했다. 악취, 미관 저해, 관리 부재 같은 문제도 불거졌다. 결국 "조상의 안식처"였던 분묘는 "혐오시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화장률이 90%에 가까워지면서, 분묘는 점차 옛 문화의 잔재로 취급되고 있다. 이제는 납골당이나 수목장, 바다장 같은 대체 장례 방식이 사회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2. 베트남의 분묘, 일상의 일부
반면 베트남의 시골을 걸어보면 놀라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논밭 한가운데, 마을 앞뒤 어디든 작은 묘들이 눈에 띈다. 가족이 직접 조성한 봉분들이 들판에 흩어져 있고, 화려하게 타일로 장식된 묘석이 파스텔 톤으로 빛나기도 한다.
베트남에서는 조상의 묘를 가까이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조상이 집 근처에서 자손을 지켜본다고 믿기 때문이다. 명절인 뗏(설)이나 청명절에는 가족이 함께 묘를 돌보고 제사를 지내며, 아이들에게도 조상과의 연결 고리를 알려준다.
도시 지역에서는 공동묘지가 따로 조성되지만, 농촌에서는 여전히 생활 공간과 묘지가 공존한다. 한국에서라면 “집 옆 무덤”은 혐오시설이지만, 베트남에서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공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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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식의 차이가 말해주는 것
같은 분묘라도 한국과 베트남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주거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소로 인식되며, 분묘는 혐오시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반면, 베트남은 아직도 농경 사회를 기반으로 조상을 숭배하며, 삶과 죽음의 공존하는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분묘를 가족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땅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한국에서는 땅이 주거와 개발의 대상이라면,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농경의 터전이자 조상의 혼이 깃든 곳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분묘를 바라보는 태도는 한 사회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조상과의 관계를 해석하는 문화적 렌즈를 보여준다. 한국이 이제 ‘조상을 어디에 모시느냐’보다 ‘어떻게 기억하느냐’를 고민한다면, 베트남은 여전히 ‘조상과 함께 산다’는 감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차이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장례 문화를 더 간소화하고 효율화하는 쪽으로 갈 때, 베트남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점차 도시화 속에서 새로운 방식과 타협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