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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부끄러운 일상, 멈추지 않는 오토바이 사고

오토바이 사고, 개인의 습관과 사회의 책임

by 한정호

오늘 오후, 직원의 동생이 오토바이 사고로 호찌민의 병원에 실려 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호찌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말은, 결코 가벼운 사고가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늘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다.

“조금만 천천히 달려라.”

“비 오는 날에는 더 조심해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하다.

“저는 안전하게 운전해요.”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사실 '자신만은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믿음은 순간의 방심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나의 잘못과 상관없이 사고로 이어진다.


매장에 도착해 이 소식을 전하자, 매니저는 태연하게 말했다.

“요즘은 하루에 한 번은 사고 장면을 보는 것 같아요.”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에 깔린 의미는 무겁다. 이 도시에서 오토바이 사고는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누구나 언젠가 겪게 되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헬멧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사망자는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큰 자랑일 수 있을까? 사망자 수가 줄었다는 사실보다, 애초에 사고 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속도를 낮춰야 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혹은 비가 오는 날에는 도로 상황이 돌변한다. 조금만 속도를 줄여도 사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게 현실이다. 비가 내릴 것 같으면 좀 더 빨리가야 비를 덜 맞기도 하겠지만, 도로에 역류된 물로 정체되어 도로위에서 썩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녁 늦게 퇴근을 하는 경우, 한적한 도로에서 혼자 운전을 하는 것도 위험한데 천천히 가다보면 누가 바로 옆에 붙어 물건을 요구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조금의 비에도 도로가 침수되는 것이 개선되어야 하고, 도로 위 가로등을 환하게 해주는 것이 사회와 국가에서 해줘야, 그제서야 서행 운전을 하라는 말이 귀에 들어 먹힐 것이다.


'나는 괜찮다'라는 생각보다는 '상대가 실수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방어 운전을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전에도 한 번 언급했지만, 자기가 잘못해서 사고가 났다는 말을 그 많은 사고를 당한 사람 입에서 들어 본 적이 없다. 모두가 자기는 정상적으로 운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끼어 들었다거나 난폭운전에 당했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술을 마신 뒤 혹은 피곤한 상태에서 오토바이에 오르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 나는 술도 안 마시고 정상 운행을 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술을 마셨거나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부분을 항상 마음에 가져야 하는데, 길 위의 모든 오토바이 운전자가 자기와 같은 상태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적어도, 오토바이가 없이도 이동을 원할하게 할 수 있는 대중교통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길 위에 항상 음주 운전가와 과로에 지친 드라이버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사회가 갖추어야 할 시스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장치와 제도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통 교육이 형식적이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면허증을 따기 위한 절차가 아니라, 실제 사고 사례를 통해 안전의식을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

도로 인프라 역시 중요하다. 빗물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미끄러지는 길, 어두운 야간 도로, 미끄럼 방지 장치가 없는 교차로는 사고를 부르는 구조다. 작은 투자가 수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법 집행도 실효성을 가져야 한다. 헬멧 미착용이나 신호 위반을 단속하는 일이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로 운전자들의 습관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일관되게 집행되어야 한다.

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가 모든 비용을 떠안는 구조도 개선되어야 한다. 보험 제도와 긴급 대응 체계가 정비된다면, 사고 이후의 삶도 조금은 덜 무너질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베트남 사람들의 삶 그 자체다. 출근길, 장을 보러 가는 길,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 어디든 오토바이가 함께한다. 그렇다고 ‘사고도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작은 조심과 사회의 큰 책임이 함께할 때, 오늘 같은 한숨은 조금이라도 덜 쉬게 되지 않을까?


(1) [베트남 일상] [베트남 풍경] 베트남의 부끄러운 일상, 오토바이 사고 : 교통사고, 베트남 오토바이, 베트남 여행,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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