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이 없으면 용서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죄송합니다.”
“잘못했어요.”
이 한마디면 무뎌질 일들이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면, 이 말 대신 오히려 변명과 억울함으로 화를 키우는 경우를 자주 경험하게 된다.
갑작스러운 저녁의 사건
저녁 약속이 있어 잠시 매장을 비웠다 돌아와 보니 프론트는 비어 있었고, 주방 안에서는 죽을 만들어 놓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서빙 직원이 그 죽을 그릇에 담아 먹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거 배달이야?” 하고 묻자 돌아온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오늘 내가 몸이 아파서 만든 거예요.”
주방 한쪽에는 이미 3팩이나 담아둔 죽이 놓여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묻자, 돌아온 반응은 사과가 아니었다. 오히려 “아파서 싸가는 건데, 그러면 돈을 내겠다”라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내가 잘못이라도 한 듯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사과’ 대신 ‘억울함’
내가 없을 때 마음대로 음식을 만들어 싸가고, 주방장도 아닌 직원이 독단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하지만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면, 돌아오는 건 똑같은 패턴이다.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억울함을 내세우기
결국 눈물 흘리는 척하며 동정심을 자극하기
“그럼 내가 돈을 내겠다” 같은 엇나간 해결책으로 버티기
그렇게 버티다 결국 아무 말도 없이 퇴근해 버리고 없었다. 내일미년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내 눈을 마주치거나, 아예 피하며 시간을 끌고 하루 이틀을 지낼 것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태도.
사실 이런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매번 겪을 때마다 진이 빠진다. “미안하다”라는 단 한마디면 정리될 일을, 끝내는 변명과 억울함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흐르면 잊히고, 문제는 희미해진다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는 건 어김없이 피로감이다. 책임을 지지 않고, 서로 솔직히 사과하지 않는 문화. 이것이야말로 내가 베트남에서 일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문화적 간극 중 하나다.
'반성이 없으면 용서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