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보다 중요한 건, 그날을 함께 나누는 마음
오늘 부끄러운 일이 벌어졌다. 딸아이의 생일을 지난 달 말부터 기억하고 있었는데, 정작 당일이 되니 머릿속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힝… 아빠는 딸 생일도 모르고.”
이 짧은 메시지를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둘러 전화를 걸어 축하와 미안함을 전했다.
사람의 기억이란 참 묘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잊지 말아야지', '전화해서 축하해야지' 다짐했는데, 막상 그날이 되면 빈칸처럼 사라진다. 그 순간 나는 ‘못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어머니가 알려주신 삶의 지혜
이런 경험은 예전에도 있었다. 어머니 생신을 잊고 있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문자가 왔다.
“오늘 엄마 생일이다.”
깜짝 놀라, 서둘러 전화를 드리니 어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오후까지 기다려 보고, 바빠서 까먹었나 싶어 보낸 거다. 그래야 서로 마음이 편하지 않니?”
그때 깨달았다. 서운해하고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알려주고, 서로 부담 없이 축하와 마음을 나누는 게 더 따뜻한 방법이라는 것을.
작은 실천, 큰 편안함
그래서 나도 나이 들어 잊기 일쑤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날 바로 전 날 메시지를 보낸다.
“내일 무슨 날인지 알죠?”
일부러 모른 척하는 게 아니라면, 하루가 지나가 버릴 필요는 없다. 더 불편해 하거나 더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 먼저 전화를 주고받으며 좋은 날을 확인하고, 미안하다는 사과도 받고, 축하도 나누는 게 훨씬 편하다.
오늘도 내 실수로 인해, 딸아이와 오랜만에 긴 통화를 했다. 어쩌면 메시지로 축하하고 감사해하고 말았을 수도 있을 날에. 생일 축하도 해 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나누었다. 깜빡했던 아쉬움은 있었지만, 덕분에 더 깊은 대화와 따뜻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잊어버림이 일상이 된 나에게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날을 잊는 경우가 많아진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먼저 연락해 그날을 밝히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서로에게 더 편하다.
생일이든 기념일이든, 결국 중요한 건 기억 그 자체보다 그 날을 함께 나누는 마음이 아닐까?
깜빡해서 아빠가 미안해. 생일 축하해. 그리고 아빠가 우리 재현이 제일 사랑하는 거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