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왕의 권력이 아니라 대한국민의 언어

: 세종대왕이 남긴 건 문자가 아니라 마음이셨다

by 한정호

자기 나라 글자가 있는 나라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한글날을 맞아 대한국민은 또 하루를 쉬면서 ‘우리가 우리 글자를 가진 날’을 기념할 수 있었다.

1. 문자를 가진다는 건, ‘생각할 권리’를 갖는 일

전 세계에 수많은 나라가 있지만 국민 모두가 읽고 쓸 수 있는 자체 문자를 가진 나라는 손에 꼽는다. 대부분의 국가는 한자, 알파벳, 아랍문자 등 타국의 문자를 빌려 쓴다. 그런데 조선의 세종대왕은 1443년에 백성을 위해, 그들 스스로 생각을 기록하고 전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드셨다. 왕이 직접 창제한 문자, 그것이 바로 훈민정음, 오늘의 한글이다.

훈민정음 서문에는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서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문자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 문자를 만든 이유가 ‘권력 유지’가 아니라, 백성의 언어를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 한글의 본질이다.


2. 세계가 인정한 ‘가장 과학적인 문자’

한글은 음소문자다. 소리의 최소 단위인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수많은 음절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세계 언어학자들이 '가장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1940년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은 문자 창제의 원리까지 기록한 인류 유산으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또한 유네스코는 ‘세종대왕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을 제정해 문해율 향상에 공헌한 개인과 단체를 매년 시상하고 있다.

세종의 뜻이 600년이 지나도 여전히 ‘글을 통해 인간을 깨우는 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3. ‘쉬는 날’이 아니라 ‘생각해 보는 날’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내가 내 언어로 생각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 날’임을 생각해 보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한글은 우리 스스로 만든 글자다. 왕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것도, 외세가 통치를 위해 강요한 것도 아니다. 그 점에서 우리는 세계적으로 매우 드문 ‘자주적 문자’를 가진 민족이다. 한글은 권력자의 언어가 아니라 백성의 언어였다. 그래서 지금도 누구나 쉽게 배우고 누구나 표현할 수 있는 글자다. SNS 글 한 줄, 카톡 메시지 하나에도 세종대왕의 정신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에도 지금의 ‘국어(國語) 문자’가 있다.

이 문자는 오랜 세월 사용하던 한자계 문자를 버리고, 19세기 프랑스 선교사 알렉산드르 드 로드(Alexandre de Rhodes)가 만든 라틴 표기식 문자(꾸억 응으, Quốc Ngữ)로 바뀐 것이다. 식민지 지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체계였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조차 그 문자를 ‘민족의 발명품’으로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

반면 세종대왕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나 글로 표현하지 못함을 가엾게 여겨’ 훈민정음을 만드셨다. 지배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민중의 언어를 살리고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한 문자로 만든 것이다. 우리가 한글을 쓰는 것은 단순히 ‘편리한 문자’를 사용하는 것 만이 아니다. 한글에는 한 나라가 스스로의 목소리를 지켜온 역사가 담겨 있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만든 글자는 오늘날 우리 모두의 생각, 감정, 꿈을 담는 그릇이 되었다.


한글날 하루만큼은, ‘휴일’이라는 단어보다 ‘감사’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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