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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20. 2020

83.초안이 나왔습니다 뜨거우니 후후 불어서 ____!

퇴고만이 살 길이라는 걸 잘 알지만

17.05.29 월요일


석사 논문 초안을 완성했다. 여느 때처럼 글을 완성한 직후의 나는 자만감이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안다. 내일 다시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있는 힘껏 스스로를 비웃을 거다. 글이란 건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도가 강하다. 그때부터는 퇴고만이 살 길이라는 걸 깨닫고는 극도로 겸손해다. 완벽한 글에 다다를 수는 없겠지만 고치면 고칠수록 글이 점점 더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이는 데 어쩌겠는가, 계속 고치는 수밖에.


스크린숏을 찍어두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알고 보면 광기의 웃음이다.


이제 막 완성된 글을 대하는 자세는 늘 같다. 최대한 그 글과 떨어져 지내는 것! 그래야 감정적으로 글과 거리를 두면서 퇴고를 위한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 책상 앞은 물론이고, 컴퓨터 근처도 가지 않았다. 워터뷰 기숙사 근처에 웬 하천이 흐르는데 그곳 주변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그쪽으로 계속 걸었다. 이제 막 공사를 끝낸 지역이라 이상할 정도로 깔끔했고 사람도 없었다. 이어폰으로 MBC 라디오 <푸른밤 이동진입니다>를 실시간으로 들으며 한동안 밴치에서 일어나지 않기도 했다. 아아, 나의 계절, 이 여름도 논문과 함께 하다가 끝나버리겠지?!


퇴고 작업을 위한 예열의 산책 그리고 라디오의 현장들. 걷다가 앉았다가 멍을 때렸다가...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그래서, 이 날 이후로 얼마나 논문을 더 뜯어고쳤냐고? (숙연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니다). 그래도 나름 노력은 했다. 우선 나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만평 두 개 정도를 논문에 실을 수 있었다. 독일의 한 만평 작가의 허락 하에 수록을 하게 되었다(그를 위해서 독일어로 이 메일 저 메일 다 썼다). 본문의 문단 구성과 괜히 복잡하게 쓴 문장들을 다시 뜯었다가 붙였다가 생 난리를 쳤다. 좀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나의 이 콩글리쉬를 손봐줄 원어민의 에디팅을 누군가에게 부탁했을 텐데, 그 과정이 없었다는 게 정말 나의 논문의 큰 흠이다(하하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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