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이데 전주현 Dec 05. 2020

98. 유학 생활에 찍을
마침표를 준비해야겠다고

"그럴 때, 기도를 해야지!"

17.07.24 월요일 & 17.08.01 화요일


밀라노, 파리, 런던 등 여행지에서의 Work-ation 이후 뤼벤으로 돌아온 나는 석사 논문 마무리 작업을 서둘렀다. 화창한 여름날에도 도서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으나 곧 한국으로 돌아가 그리운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유럽에서의 유학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마무리를 위해 매일을 투자했다.


그러던 어느 월요일. 아빠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오늘은 공부가 안 돼'하고서 괜히 칭얼거려 보았다(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아빠의 대답에 머릿속에 하얘졌다. 


그럴 때, 기도를 해야지!


그리고 아빠는 '나는 그럴 때, 운동을 하기도 하지' 하면서 말을 이어가셨다. 기도와 운동. 이 두 가지는 삶의 필수 요소로 내가 익히 그 가치를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쉽게 습관화 들이지 못하는 것들 중 하나이다. 삶 가까이에 그 두 가지를 두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렸던 참인데 아빠는 또 어떻게 그걸 알고서 내게 그렇게 말을 건네시는 걸까. 




그리고 며칠이 지나 연이은 새벽 작업 끝에 드디어 석사 논문을 완성했다. 최종 제출까지 몇 번의 퇴고만을 남겨둔 현재 시각은 17년 8월 1일 오전 3시 반이다(안녕하세요 8 월씨, 올 해도 어김없이 오셨네요). 우선 한 편의 논문을 완성했다는 안도감에 '최소한의 고비'는 넘긴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해졌다(그 덕에 잠도 잘 잤다). 


아울러 초안을 완성한 이후 일련의 수정 보완의 과정 끝에 마무리 짓는 또 하나의 원고를 보면서 글쓰기가 안겨주는 교만이란 이름의 달콤함을 생각했다. '이를 경계할 수 있는 나만의 대처법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자기 세계에만 갇혀서 편협한 사고만을 발전시키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논문 제출일까지는 약 20일 정도가 남았다. 별도의 디펜스 과정 없이 행정실에 제출한 후에는 귀국 이후 10월 중순의 성적 확인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리고 논문을 제출하고서도 나는 앞 3주에서 4주 정도 되는 시간을 뤼벤에 더 머물다 비행기를 타도록 스케줄이 잡혀 있다. 뤼벤과의 아름다운 이별, 그리고 논문 제출 전과 후의 그 시간들을 어떻게 쓰면 좋을까.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겠지만, 다사다난했던 유학시절에 마침표를 찍을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논문 제출 후에도 해야 할 일들은 많았다. 당장 귀국 후, 한국에서 다니고 있던 대학원의 졸업을 준비해야 했고, 그 이후에 있을 평창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자원봉사 일정 또한 챙겨야 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취업과 또 다른 기회를 위한 지원서들을 왕창 써 내려가야만 한다. 

상황 판단 끝에 내린 첫 번째 결론은 '논문 제출 이후, 귀국 전'의 시간만큼은 오로지 내 시간으로 쓰는 것이 좋을 듯하다.

쉼과 배움이 함께 있는 곳으로 잠깐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보니, M이 일하는 곳이 주 벨기에 아일랜드 대사관이었고, M은 이전부터 내게 더블린의 문화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참에 아일랜드 땅을 밟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눈에 밟히는 나의 독일은 또 어떠한가. 지금 귀국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유럽이니, 독일의 쌍둥이 A 자매를 찾아 작별 인사를 하고 오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97. 부모님과의 여행은 친구와의 여행과 다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