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액이잖아. 커피콩들이 제각각 아주 밀도 높게도 자신을 뽐내고 있는 게 바로 에스프레소라고. 그 진한 맛에 익숙해지면 그냥 커피는 물 맛만 입에 맴돌아서 영 불만족스러울 거야.
그래, 진한 맛이라 치자. 그럼 설탕은 왜 꼭 따로 달라고 해. 커피콩들의 진한 맛이 설탕에 묻혀버리면 어쩌려고.
일종의 해피엔딩이지. 진한 맛을 견디다 견디다 즐기기까지 한 스스로를 위한 선물인 거야. 설탕 두세 스푼 넣고서 숟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안 된다 너. 쓴 맛에 들이킨 에스프레소 잔, 그 잔 밑바닥에 설탕이 고스란히 남아있게 해야 해. 그게 바로 해피엔딩의 핵심이라고. 에스프레소에 녹다만 설탕 입자들을 숟가락으로 서걱서걱 긁어모으는 거야. 그리고 달그닥 달그닥 소리를 내면서 입 안으로 해피엔딩을 밀어 넣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