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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습관적으로 약속 시간에 늦는 친구를 보며

by 프로이데 전주현

불어 시간이었어. '다음 문장에 알맞은 답변을 고르시오'라는 문제가 주어졌지. 상대방이 말해.


"Tu es vraiment en retard! (정말 늦었구나!)"


여러 보기가 있어. 그런데 정답은 딱 하나야.


"Désolé (미안해.)"


상황에 따라 주석이 달릴 수 있어. 세 글자로는 상황을 마무리짓기 억울할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어.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렇지만 우선은 미안하다고 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 날의 그 순간을 네가 걷어차버렸잖아. 상대방의 시간을 네가 뎅강 잘라 버렸잖아.


지난 월요일의 세시 오분부터 십오 분은 더 이상 돌아오지 않아.


너의 매 순간만큼이나 그의 매 순간도 이뻐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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