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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라스콜리니코프(공범)

책상 위 덜 닦인 먼지층을 보며

by 프로이데 전주현

나무 씨는 종종 먼지를 붙이고 다닙니다. 나무 씨가 부주의해서라기보다는 제가 일부러 먼지를 떼어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주 물걸레질을 해주었다간 나무 씨가 벌떡 일어설지도 모르거든요.


제아무리 갖은 절단과 사포질로 반들반들해진 책상이 되었다 한들 그래도 나무 씨는 나무 씨입니다. 걸레에 스며든 물이라도 나무 씨에게 닿으면 분명 나무 씨의 눈이 번뜩 뜨일 겁니다. 나무 씨가 여태껏 이 물 저 물을 빨아들이고선 푸르르게 더더욱 처참히 푸르르게 잎사귀를 단장하는 걸 당신도 보았잖아요? 나무 씨에게 물걸레질은 일종의 심폐소생술인 셈입니다.


그러니 제가 나무 씨를 자주 건드릴 수 있겠습니까? 적당히 정신을 놓지 않을 만큼의 물걸레질이 책상이 된 나무 씨에게 제가 차릴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그러니 그 걸레는 내려놓으시지요. 여기 제 옆에 앉아 나무 씨 위의 먼지를 마른 손바닥으로 쓱 문질러 보세요.


어때요, 나무 씨가 방금 침을 삼킨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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