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었어. 그제야 나는 매일매일을 살기로 해놓고선 죽어버리는 내 안의 연약함을 보았단다. 분명히 보았지. '아무리 힘써봐도 내 힘으로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힘이 실리더구나. 그렇지만 울고 웃기를 반복하다가 상처에 무뎌지는 게 삶의 전부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기도 시작했단다. 딱지가 내려앉고 떼어지는 게 삶의 전부라면 너무나 비참하잖니. 연약한데 갖은 상처들까지도 반복해서 떠안아야 한다니, 그런 생을 살아내야만 한다니, 너무나 억울했단다. 적어도, 눈물이 찔끔이라도 나게끔 하는 선물이 바로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맘에 드는 선물은 기대하지도 않았어. 그저 두려움에 손을 꽉 쥐어질 때 안정감을 주는 자그마한 무언가가 바로 삶이 되기를 바랐지."
"할아버지의 손바닥에는 무언가가 있던가요?"
"그럼. 있고말고. 삶이 선물이 되어야 한다는 외침 아닌 외침이 한 사람을 보게 해 주더구나. 내가 울든 웃든 나를 향해 귀 기울이고 등 돌리지 않는 사람이었단다. 그 사람에게 손을 뻗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지 않을까를 질문했단다. 놀라운 것은 내가 굳이 힘껏 소리를 내지르지 않아도 그 사람의 모든 감각은 내게로 향해 있더구나. 매 순간 내 손을 꼭 감싸더구나. 그 사람이 있다는 확신에 내 안의 연약함을 억누르지 않고서도 큰소리를 낼 수 있게 되더구나. 주변의 목소리에도 휘둘리지 않게 되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