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을 샀습니다. 계속 옆에서 조카를 위한 선물이냐고 물으시는데 확실히 말해 두지만 이건 저를 위한 선물입니다. 3세 이상 사용 가능이라 적혀 있으니 저도 자격이 있지 않겠습니까. 어른이 되어서 내세울 거라곤 숫자들뿐인데 이 마저도 안 된다 하시진 않겠지요.
정신없이 지나가는 세월에 등을 떠밀릴 때마다 저는 장난감을 빤히 보았습니다. 그러고는 멈춰 섰습니다. 간신히. 5살의 내가 좋아했고 10살의 내가 좋아했고 17살의 내가 좋아했고 24살의 내가 좋아했던 장난감에는 주름도, 이유 없는 고집도, 뭉툭 잘려나간 꿈도, 보이지 않습니다. 장난감의 얼굴과 생각, 꿈은 24살, 17살, 10살, 5살 그대로입니다. 연도별로 장난감을 분석해 보려던 역사학자의 학구열은 얇은 종잇장이 되어 물에 젖어 버린지 오래되었습니다. 물에 울다 울다 찢겨 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