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향

도시를 닮은 화분 조경을 보다가

by 프로이데 전주현

대도시에서 처음 마주한 너는 무리를 지어 있더라도 결코 다른 이들에게 융화되는 법이 없었다 매일같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서 화란(和蘭) 쪽을 바라보았다 버스 정류장 옆 사거리 신호등이 바뀌는 걸 지켜보기만 할 뿐 스스로 화단을 나서는 일은 결코 없었다


이따금 봄을 준비하는 도시 조경사가 뿌리 쪽까지 흙을 만지작 거리긴 했지만 이따금 고층 빌딩 외벽에 반사된 햇볕이 기지개를 켜게 했지만 끔뻑이는 신호등 보기는 전히 일상이었다


빨간불

파란불

빨간불

파란불 ... 왜 어른들은 초록불이다,라고 하지 않고 파란불이다,라고 하는 건지


그러는 사이에 너는 품고 태어난 향기를 도시에 도둑맞았 초록이 파랑이 되도록 풍차가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도록


*문향(聞香): 향내를 맡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