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구분법, Carpe Diem

<알록달록 산의 꿈 박사>를 읽고

by 프로이데 전주현

목석 같이 굴던 친구더라도 '돌아보니 좋았더라'하는 기억을 꺼내 들 때, "꿈만 같았지"라며 입을 뗀다. 무얼 꿈꾸고 있냐던 어른들의 물음표는 우리를 울렸다가 웃겼다가 못 살게 굴었고, 꿈에 관한 의식의 흐름을 기록으로 남긴 카프카는 '모든 꿈들이 내 주변에 모여 있다'라고 쓸 만큼 꿈과 동행했던 사람이었다. 무의식의 반영일지도 모른다는 해석 때문에 온전히 과학의 영역으로만 내버려 두기에는 다소 아쉬운 소재. 어쩌면 예상외로 거창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은 것. 그게 바로 꿈일지도 모른다. 꿈에 관한 경험을 나누는 게 흥미로운 이유는 이처럼 꿈에 관한 다양한 해석과 이야기 때문이지 않을까.




오늘 한 권의 꿈을 읽었다. 친구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이야기라는 소개의 말을 수줍게 꺼내더니 "다 읽고 꼭 돌려줘야 해"하고선 빌려 준 책이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먼저 나눠주다니, 친구가 참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세계 현대 아동 문학선, 도미야스 요코 지음, <알록달록 산의 꿈 박사>. 나비 위에 올라 탄 채 하늘을 나는 소년과 할아버지가 표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제목에서부터 꿈이 드러나 있는 이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나 책을 빌려준 친구의 내면을 따져서나 꿈이 가득했다.


줄거리 요약을 하고 싶진 않다. 다만, 한 가지 구절을 인용하면서 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고 싶다. 꿈 박사(벅 박사)는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주인공(아키라)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혹은 '차라리 꿈이었으면/실제였으면' 하는 순간에 꿈과 현실의 경계를 세우는 게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라는 점에 주목하라고. 동화책을 읽다 울컥하는 경우가 잦은데 이 부분에서 침을 꼴깍 삼켰다. 제 아무리 익숙한 메시지라도 내게 필요한 메시지라면 이렇게 늘 울컥하고 만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만 살고 싶지 않다면, 어린 시절을 희미한 꿈으로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면, 나 자신이 먼저 온전히 서야 한다. 무엇이 되었건 출발점은 나를 알고 사랑하는 거다.


벅 박사는 엔진 소리 속에서 목소리를 낮췄다. "너는 아직 어린이잖니. 어린이는 언젠가 어른이 되지. 그것은 백발 동자가 밤나무산누에나방이 되는 것처럼 이미 정해진 일이야. 그런데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어. 너는 단지 어른이 되기 위해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거야. 중요한 것은 너에게 주어진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 된다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어린 시절은 꿈처럼 지나가고 말아. 훗날 돌아보면 그 시간이 꿈이었는지 현실이었는지도 모르게 된단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니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



친구에게 다시 이 책을 돌려주기까지, 잠시 동안 나의 북스탠드에 이 책을 올려 두고 싶다. 10월 말 토요일의 오후를 가득 채워주어 참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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