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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Sep 14. 2020

16. 중앙역에서 대성당을 찾았다면 쾰른인 겁니다

겨울 인연과의 쾰른 크리스마스 여행기 (1)

16.12.10 토요일


환승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 뤼벤에서 쾰른까지는 대략 1시간 45분 정도 걸린다.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는 KTX 열차를 탄다고 생각하면 좀 더 마음이 편해지는 여정이다. 30유로(4만 원 초반) 정도의 비용이 드는 쾰른행 여정에는 벨기에 동쪽 국경에 위치한 리에주라는 마을에서의 환승 1번이 필수적이다. 벨기에에서는 와플을 그 모양새에 따라 '리에주 와플(와플의 테두리가 벌집 모양)'과 '브뤼셀 와플(와플의 테두리가 정사각형 모양)'로 나누어 얘기할 정도로 리에주 와플을 특별 취급해 준다고 들었다. 그러나 오늘의 목적지는 독일. (안타깝지만) 오늘의 나에게 리에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셈이다. 와플보다 더 맛있는 독일의 크리스마스 풍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환승 시간은 10분 내외면 충분했다.



리에주 역에서 12분 간 쾰른역으로 가는 ICE(독일 고속열차)를 기다렸다. 1시간이면 쾰른 중앙역(Kölner Hauptbahnhof(HbF))에 도착할 예정이다.



12/13년도 겨울학기에 독일 마인츠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던 나는 당시 마인츠구텐베르크대학교에서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기획한 '톰 버디(Tom Buddy)' 프로그램에 참가했고, 쌍둥이 독일 친구 A와 AL(A 자매)을 만나게 되었다. A 자매는 나와 동갑으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책과 동물들을 사랑하는 비건이다. 교환학생 이후에도 SNS로 서로의 안부를 이따금 물어가며 A 자매와 인연을 이어왔다. 오늘 쾰른 중앙역으로 나를 데리러 나올 친구들 또한 바로 이 A 자매이다. 오랜만의 재회는, 마인츠가 아닌 A자매의 고향 쾰른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그리고 A 자매의 집에서 이틀간 '진득하게' 머무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늦은 밤까지 쾰른 거리를 걸으며 이야기할 수도 있겠고, 집에서 잠옷 차림으로 수다를 떨 수도 있겠다. 



A자매의 집에서 처음으로 먹은 러시아식 만두(생크림 같은 소스와 후추를 곁들여 먹는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화려해진 쾰른 중앙역과 대성당의 풍경까지!


쾰른 중앙역에 내리자, 제아무리 길치라도 한눈에 찾을 수밖에 없는 쾰른 대성당이 나를 반겨주었다(쾰른 대성당은 쾰른 중앙역 출구 바로 앞에 꽤나 위협적으로 서 있기 때문에, 쾰른에 내리고서도 대성당을 찾지 못한다는 건 정말 '눈 뜬 장님'이나 다름이 없다는 소리다). 12월 독일의 날씨는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기를 대기 중에 품고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 모든 게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것쯤은 교환학생 시절 당시 익히 경험해 본 터라, 쾰른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독 기다려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승강장으로 나를 마중 나온 A 자매와 포옹의 인사를 나누었다. 당장 대성당 뒤편으로 펼쳐진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향할 수도 있었으나 우선은 2박 3일 여행의 짐을 집에다 풀어 두고선 그간의 이야기를 나눠보자며 S-Bahn을 15분 간 타고서야 한 주택가에 도착했다. A 자매의 부모님께서 나를 반겨주셨고, 나는 한국에서부터 챙겨 온 화장품과 김, 유자차를 선물로 건네며 인사를 드렸다(특히 조미김을 보시더니 너무 좋아하셨다!). '러시아식 만두'를 점심으로 먹고선 다시 쾰른 대성당으로 향하는 S-Bahn에 올랐다. 멀리서부터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독일의 크리스마스가 눈앞에 펼쳐졌다. 

(COMING SOON!)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A 자매는 '유럽의 겨울'하면 가장 먼저 생각날 정도로 나와 '겨울 인연'이 깊다. 유독 두툼한 옷을 찾아 입게 되는 날,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겨울 인연'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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