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르츠부르크, 독일
바람에 일렁이는 동그란 햇빛 하나 보이질 않았고. 기껏 차려입은 옷을 얇은 카디건으로 덮어 버렸으며. 다름 아닌 여행지에 와 있다는 자각에 하늘색처럼 금세 울상이 되었던. 그러다 '안타깝게도 흐린 날'이라고 대뜸 하루를 정리해 버렸던.
그랬던, 그래야만 했던 날이었는데. 지나고 보니 사진으로 기록하기에 적절한 날이다. 제법이다. 그런 날 카메라 셔터를 누를 줄도 알고.
보행자의 겉옷에 내려앉은 공기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그 무게가 보일 듯하고. 구름 사이로 이따금 지나가는 파란색에 반색을 표하게 되며. 오랜 벽돌들의 주름진 얼굴이 드러나고, 살아난 덕분에 이국적 풍취가 상당해진.
그랬던, 이제는 그렇게 보이는 날이다. 뷔르츠부르크(Würzburg)와 어우러짐이 좋다.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