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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이란 긍정

리에주, 벨기에

by 프로이데 전주현

길게 늘어선 열차 칸 중에서 앉을자리 하나 마련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기차는 어디론가 반드시 움직일 거고 친절하게도 손에 시간표까지 쥐어줄 테니깐. 잃을 게 없다. 정말이다.

불가피하게 다른 기차로 바꿔 타야 할 정도로 기차가 연착했다면, 계획에 없던 환승역 방문 도중에 역사를 가득 채우는 피아노 소리라도 짧게 즐기게 될 거다. 가만히 들어보니 좋아하는 연주곡일 거다.

새로 오를 기차를 기다리는 승강장은 아까 전에 내린 기차를 품은 승강장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거다. 덕분에 어색함이 절로 가실 거다. 동전 몇 개에 뜨거운 커피를 종이컵 가득 채워주는 자판기를 발견할 거고, 덕분에 커피를 입으로 불어 식힐 여유마저 생길 거다. 호 호 호.

이상, 오늘 저녁식사 자리에서 마주 앉은 어른이 다음 행선지를 묻자 "뭐든지 가능하죠!" 하고 답한 이유였다. 잃을 게 없다, 정말.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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