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가 겨울을 준비하는 방법

베를린, 독일

by 프로이데 전주현

베를린을 걷다 보면 시야를 가로막는다고 생각되는 피사체를 종종 마주하게 된다. 쨍한 색감의 파이프 라인인데, 습지 위에 세워진 도시를 대변하는 지상 수도관이다. 베를린의 터가 다른 도시들처럼 견고했더라면 모두 지하에 설치되었을 장비들이다. 도시라는 캠퍼스 위에 구불구불한 선을 덧대고 있는 풍경. 오래된 컴퓨터의 화면 보호기가 떠오른다. 버스와 사람, 가로수가 움직이는 영상 위로 기다란 활자가 올라탄 듯하다. 영화 속이던가 밖이던가.

당신이 베를린을 여행한다면 겨울에 움직였으면 한다. 독일의 겨울은 춥고 혹독하지만, 뼈에 와닿는 듯한 서늘함으로 가득하지만. 베를린 땅 위를 장식하는 수도관들이 한파에 얼어붙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 구불구불 - 쉴 새 없이 -, 요동치고 있을 거다. 견고한 겉모습 속에 굽이치는 물살을 품은 채로, 베를린은 당신의 산책길을 지키고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내며 새해전야를 준비할 거다.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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