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보리수 아래’란 이름의 지하철 역이라니 시 한 구절을 읽는 기분이다. 시적인 지하철 역의 또 다른 이름은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 역으로, 이곳에는 독일과 베를린을 소개하는 책자에 가장 먼저 등장할 법한 랜드마크가 있다.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입구를 닮은 개선문이다. 개선문이라 하면 전투에서 이기고 금의환향하는 장군과 전투 부대가 떠오를 법도 한데, 어쩐지 브란덴부르크 문에선 전쟁보다는 평화의 메시지를 더 자주 떠올리게 된다. 분단 시절, 도심을 가르는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면서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한 동서 간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하지만 통일 직전이나 후에는 서독과 동독 지도자의 접선 장소로 자주 꼽히며, 브란덴부르크 문은 화합의 상징으로 굳어져 갔다.
온갖 벽을 쌓아 올렸던 베를린이란 자각 대문인지 문턱이나 출입구 등 각종 경계선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경험이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삶의 공간에 이토록 가까이, 가시적으로 벽이 세워져 있었으니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는 선에 대한 인식이 더 또렷해지고, 그 선을 넘고 싶은 궁금증도 커지지 않았을까. 뻥 뚫려 있는 개선문 주변을 맴돌며 사색에 빠진다.
여담이지만, (재미있게도) 독일을 대표하는 이 랜드마크의 앞에 위치한 광장 이름이 ‘파리저 플라츠(Pariser Platz: 파리(지엥) 광장)’인데, 독일을 점령한 나폴레옹이 문 중앙 상단부에 위치한 평화의 여신상을 훔쳐갔다가 돌려준 사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애증의 독프 관계치고는 꽤나 멋진 화해 방법이다.
광장 옆에는 ZDF에서 제작한 3부 드라마(나의 첫 독일 드라마)인 <아들론 일가 이야기 (das Adlon: eine Familiensaga)> 배경인 아들론 호텔(Hotel Adlon)도 보인다. 독일을 찾는 유명인들이 오늘날까지도 많이 찾는 고급 호텔이라는데, 역시나 로비 입구부터 화려하다.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 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