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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Nov 24. 2023

새벽

23.11.18 23:10 씀

오늘과 포옹하기 직전, 세상은 암전 상태야

별을 이고 가는 조각 적운, 데리야끼 소스가 묻은 햄버거 포장지 아래를 지나는 도시쥐, 잘 익은 감을 보도블록 위로 투하한 가로수, 잠투정이 심한 곱슬머리 소녀까지

응당 걸음걸이가 단정해지지,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어제를 반듯하게 접어 침대 머리맡에 놔두었어요 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네모 안에 들어찬 네모들에 하나둘씩 불이 켜지기 시작해


도시가 깨어나

무생명이 깨어나


고요한 맛 쿠키를 먹어 치우기 좋은 시간이야


평소처럼 두 팔을 벌릴지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양 볼을 맞댈지

천천히 다가갈지 죽기 살기로 달려 나갈지

살포시 끌어안을지 켁 소리가 나도록 옴짝달싹 못하게 할지

짧게 끝낼지 기다린 만큼 오래 끌어볼지


포옹의

포옹을 위한

포옹에 의한


매뉴얼을 확정 지을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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