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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Jan 09. 2024

향 나는 맥주길을 걷듯

밤베르크, 독일

레그니츠강이 바삐 흐른다. 마인강으로 흘러들어 가야 한다며 거침없이 내달린다. 오랜 목조 건물이 갉아먹고 썩힌다. 수중 정원에 묶어둔 보트의 기강이 떠내려가진 않기를! 물가에 사는 밤베르크 주민들은 오늘도 기도한다.

밤베르크는 구도심의 대부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끊이질 않는 도시다. 때문에 제아무리 강물이 쏴아 거칠게 흐르더라도 그 위로 타닥타닥 하는 발소리가 섞여 들어가곤 한다.

사람 여럿 모인 곳에는 에너지도 많지만 여러 소리가 내는 불협화음도 가득하니, 밤베르크 교향악단의 연주와 대비를 이룰지도 모른다. 조화롭지 못한 것을 보고 반대되는 것의 진가를 발견하는 게 철학자의 오랜 습관이라 생각하면, 가끔은 인파를 견디며 감행하는 여행도 괜찮지 않을까.

초짜 여행객인 너는 '프랑켄의 로마' 또는 '독일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을 운운하며 밤베르크가 별난 도시는 아니라며 으스댈 거다. 그러면서도 유명한 건 경험해 보고 가야 한다며 쉴렌컬라(Schlenkerla)란 이름의 맥주를 시킬 테지. 화염에 말린 맥아로 만든 맥주는 라우흐비어(Rauchbier: 연기/담배(Rauch) 맥주(Bier))라는 직관적인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대뜸 문화 체험의 한 잔을 시킨 너는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할 거다. 주방에서 잔을 깨끗이 씻지 않았다며, 맥주에서 구운 소시지 향이 난다며.

과거에 이곳에선 마녀재판으로 천여 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맥주에서 나는 불맛에 화형재판의 불길을 떠올려 봐도 될까. 그렇게 생각하니 떨떠름하다며, 입맛이 없어졌다며 너는 잔을 내려놓으려나. 한 잔의 문화, 한 잔의 역사. 메인 메뉴를 기다리는 수밖에.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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