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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Feb 21. 2024

진하고 옅은 빛

로마, 이탈리아

판테온.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공표하기 전엔 올림푸스 신들을 비롯한 고대의 신들을 한꺼번에 모셔두고 섬겼던 종합 신전 선물 세트 같은 곳이다.

웅장한 공간감을 선사하는 판테온 돔 지붕에는 단 하나의 원형 창이 나 있다.(건물 입구를 제외하면) 건물 내부를 밝히는 빛은 그 창틀을 닮은 동그라미 하나가 전부다.

여러 믿음이 자리했던 곳을 비추는 하나의 빛이라니.

동그란 빛과 건물의 분위기를 느끼며 한 번, 벽면의 조각과 그 앞에 놓인 전시품 등 디테일을 즐기며 한 번. 반시계 방향으로 건물 내부를 두 번 돌았다.

오늘의 판테온은 천장 위에 동그란 빛을 매달아 두었구나. 언제쯤 저 빛이 아래로 내려와 내 머리를 훑고 손끝을 지나갈까.

위에 놓인 빛, 동그랗고 유일하던 그 빛 하나만으로도 건물 내부가 환했다. 어둠이라 부를 만한 구석이 없었다. 그저 진하고 옅은 빛이 있을 뿐.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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