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이데 전주현 Feb 22. 2024

오픈런과 미대형

바티칸, 이탈리아

바티칸 입국을 위해선 과감히 오픈런을 택했다. 어느 시간에 방문하든 인파에 치이기 마련이기에 기왕이면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가이드를 닮은 스티커를 보며 웃다가 치지직 하는 소리가 유선 이어폰을 통해 들리자 잡담을 멈췄다. 높고 높은 돌벽 위 석상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바티칸 투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교황의 문장을 가운데 두고서 약속의 황금 열쇠를 나눠 가진 미켈란젤로(남편과 나는 애정을 담아 그를 미대형이라 부른다)와 라파엘로가 보인다. 성격도 인적사항도 다른 점이 많은 두 사람 가운데 개인적으로 마음이 더 가는 쪽은 미켈란젤로다. 변덕이 심하고 꽤나 괴팍하며, 라파엘로처럼 잘생기거나 부유하지도 않았다고 전해지지만 말이다.

주인공이 완벽하다면 굳이 소설을 읽을까요, 하고 반문하던 어느 글쓰기 강의가 생각났다. 천재라 불렸던 자에게 흠이라 부를 만한 게 있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놓인다. 인간적이라서. 끼어들 틈 같은 게 보여서.





*쿠델무델 (Kuddelmuddel): 독일어로 '뒤죽박죽'이란 뜻의 형용사
*프로이데 (Freude): 독일어로 '기쁨'이란 뜻의 명사. 나의 필명.

매거진의 이전글 진하고 옅은 빛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