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달린 기차 덕분에 점심시간 전에 베네치아 땅을 밟았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잠기운을 떨쳐낸 듯한 풍경 구석구석엔 영업 준비 중인 곤돌라 사공 아저씨들이 보였다.
'손님을 기다립니다. 좁은 자리에 무릎을 모으고 앉을 분을요. 말동무가 되어드리지요. 베네치아의 진면목을 보여드리지요. 길이 나지 않은 골목도 길고양이처럼 비집고 들어가 드리지요.'
소리만 안 들렸을 뿐이지, 어쩌다 눈이 마주친 사공 아저씨들이 거의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숨김없는 표정, 당장이라도 손목을 잡아챌 듯한 분위기. 그를 못 본 척하려고 몇 번이고 카메라의 찰칵하는 셔터음 뒤에 숨었고 제대로 걷고 있던 길 위에서 괜히 표지판을 확인했다.
정말이지, 눈으로 먼저 이야기하며 내게로 직진해 오는 얼굴을 피해야만 할 때가 괜히 미안하고 가장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