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로이데 전주현 Mar 12. 2024

바 들어갈 때, 바 나올 때, 다르다

나폴리, 이탈리아

이탈리아의 바(bar)는 종합 편의점 같은 곳이다. 부담 없이 방문하기에 좋다. 에스프레소를 서서 마시는 현지인 코스프레를 할 때도, 숙소에 깜빡 두고 나온 생수를 급하게 살 때도, 간단히 허기를 달래거나 아페르티보(apertivo)를 즐기고 싶을 때도, 바에 가면 된다. 어느 시간대에 방문하든지 따뜻한 빵과 음료, 사람의 온기 같은 게 묻어나는 공간이기에 타지에서의 첫 일정으로도 적합하다.

로마를 걸어 다닌 지 3일이 지날 무렵, 나폴리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인터넷에 떠도는 나폴리 여행 후기글 중엔 흉흉한 게 많았다. 때문에 가리발디 역을 나와 나폴리의 시원한 바람을 천천히 들이마시면서도 참새처럼 동서남북을 살피며 걸었다.

유럽 여행 중 약간의 긴장은 필수지만 과할 경우 하루의 에너지를 너무 빨리 소진해 버린다. 세계 3대 미항에 왔지만 당일치기 일정이라 시간이 빠듯한 상황. 참새 같은 마음을 독수리의 것으로 바꾸기엔 역시나 바 만한 게 없어 보였다.

다행히 가리발디 역 앞에 미리 저장해 둔 바 한 곳이 있었다. 가게의 이름은 멕시코 바 (mexico bar). 나폴리까지 와서 멕시코를 찾아 들어가는 상황이 웃겼지만 커피 맛 하나는 일품이라고 하니 믿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나폴리 카페 원두 파사라께아(caffè passalacqua)가 바 벽면에 가득했다. 원두는 피터팬의 타이거 릴리를 연상시키는 소녀의 모습을 패키징에 활용하고 있었고, 샛노란 바탕색으로 바 내 재기 발랄한 분위기 조성에도 한 몫하고 있었다.

커피에 어울리는 달달한 나뭇잎 모양의 페스츄리, 스폴리아뗄레(sfogliatelle)를 한 입 물고 우물우물하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주변을 경계하며 살피지 않고 궁금해하며 돌아보기 시작한 건도 그제서였다. 독수리의 마음까진 아니더라도 뻔뻔한 도시 비둘기,  위용 있는 도시 갈매기의 마음 정도는 마음에 품었던 걸까. 이탈리아 바의 마법이 제대로 들었다면서 바 밖을 나섰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엔) 봉골레 찬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