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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14. 2020

46. 아직은 어린 나의 프랑스 연기혼

Tu parles français? -Mais oui, bien sûr!

16.02.21 화요일


외국어 앞에서 우리 모두는 어린아이가 된다. 그리고 (성실한) 외국어 수업은 다른 어떤 수업보다도 밝은 분위기에서 학생들의 오감을 최대한 외국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에 어울리게끔 발전시키려 애를 쓴다. 때문에 가끔은 유치원 수업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외국어를 대하는 태도는 이제 막 무언가를 시작하고 배우는 어린아이를 꼭 닮았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자면 그러하다는 거다. 


특히나 발음을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의 입 모양과 표정, 억양을 따라 하려고 수업 도중 나는 종종 내 안의 연기혼을 끌어 모으곤 한다. 재미난 건 (지금까지의 경험상) 선생님의 행동을 과하게(?) 따라 하면 할수록 칭찬을 받는다는 건데, 그 칭찬 한 번에 꽤나 우쭐 해진다. 그리고 좀 더 온 정성(?)을 다해 선생님을 모방하자며 스스로를 밀어붙인다. 


간혹 모국어와 달리 까다롭게 구는 문법을 마주하면 학습 의욕이 홱 하고 꺾여 버린다. 견디다 견디다 힘없이 쓰러진 튤립처럼. 하지만 그것도 잠시, 선생님의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하는 칭찬 한 번에 광대뼈가 또 스멀스멀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정말 외국어 공부하기 좋은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뤼벤에서의 생활 중 CLT에서 수강하는 불어 수업은 내게 큰 즐거움이었다. 재기 발랄하신 베르나데뜨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는 불어는 선생님을 닮아 힘이 넘친다. 신이 난다.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아가, 아가 그러고 있는 와중에 위 일기를 쓴 날 (주변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결혼을 한 친구가 임신 소식을 전해왔었다. 친구를 축하하면서도 얼떨떨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제 비공식 이모가 될 땐가 나도.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만 같다 친구야. 축하했어. 지금도 축하하고. 이젠 아가 많이 컸겠다. 어린이쯤 되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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