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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이데 전주현 Oct 17. 2020

49. 초등학교 교실을 다시 찾았을 때, 마인츠 대학교

써니와 함께 -  마인츠대 독일학 교환학기 회상 여행 (1)

2017.03.03 금요일


교환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독일 마인츠를 다시 찾았다. 뤼벤에서 리에주, 리에주에서 쾰른, 쾰른에서 마인츠까지. 도착 지점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2012/13년 겨울학기의 일상 풍경들이 눈과 마음에 스멀스멀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교환학생 시절을 함께 했던 써니가 마인츠 역에서 나를 기다려 주었다. 써니는 주말을 끼고 독일 여행 휴가를 온 참이었다. 함께 추억 여행을 하지 않겠냐고 마인츠행 기차표를 예매하게 한 주역이었다.


그러고 보니 써니와의 첫 만남만큼은 정말 우연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독일어과 교환학생이 써니를 마중 나갈 예정이었다.(그랬다면 나와 써니는 어색하게 마인츠대의 어학 혹은 전공 수업에서 인사를 했을 것이고. (물론 그 후에 친해졌을 수도 있겠지만 첫 만남이 그토록 우연적?이지 않았다면 친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독일어과 학생이 다른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써니를 기숙사까지 안내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대신해서 써니를 마중 나가기로 했다.


팔이 제대로 안으로 굽었던 때였다. 이를 테면 같은 학교에서 마인츠대로 교환학생 신분으로 지내게 되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전우애? 동지애? 같은 것이 강했기 때문에 써니를 대신 마중 나가 주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던 써니와 나는 그렇게 마인츠 중앙역에서 처음 인사를 하고, 서로의 짐을 나눠 들으며, 그다음 날 와이파이를 공유하고 유심칩을 새로 사 끼우면서 급격히 친해졌다. 함께 여행을 다니고 시험공부를 했다. 장을 보러 간다더니 초콜릿만 잔뜩 사서 돌아오기도 고 크리스마스 마켓에 불빛에 홀려 코를 훌쩍이며 겨울밤 내내 산책을 나서기도 했다.


그런 써니를 마인츠 중앙역에서 다시 마주한 거다. 그간 한국에서도 종종 만났지만 우리의 첫 만남 그리고 추억이 가득 담긴 마인츠를 다시 함께 찾은 건 처음이지 않은가. 눈물이 핑 돌았다.



매콤새콤한 쿠스쿠스 샐러드컵(좌)과 자판기에 비치된 곡물빵치즈샌드위치(우)
필로소피쿰(인문대) 2층 강의실 복도(좌) 같은 건물 어학센터 입구 간판(우)


호텔에 짐을 놔두고 마인츠대 캠퍼스로 산책을 나섰다. 스무 살을 넘기고서 초등학교 교실을 다시 찾았을 때의 기분이다. 모든 건 그대로인데 나만 커버리고 바뀐 느낌이다. 즐겨 먹던 학식 메뉴(쿠스쿠스 샐러드 컵)와 간식 메뉴(자동판매기의 치즈 곡물빵 샌드위치)를 사 먹고 가장 많은 수업을 들었던 곳들의 복도와 강의실 앞을 서성여 보았다. 넬레 노이하우스(Nele Neuhaus)의 추리 소설을 함께 읽으며 독일어 강독 스터디를 했던 복도의 책상들에도 앉아보고 17년도 마인츠 대학교 학생들의 관심사들을 게시판을 통해 확인해 보기도 했다. 세상에 어쩜. 구석구석 추억이 서려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다시 오길 잘했다, 독일 마인츠.





To. Readers

우리에게(uns, [운스]): 교환학생 때만큼 막 놀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수업을 빼먹고 첫 차를 타고서 당일치기 여행을 감행하기도 했고, 강의실이 위치한 필로소피쿰까지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기숙사에 사는 덕에 공강 때마다 낮잠을 자던 것 또한 생생히 기억난다. 그때의 나는 학점 인정에 목매지 않았다. 한국에서 배운 독일어를 현지 독일어로 바꿔나가는 작업에 몰두해 있었고, 독일과 유럽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대학 생활의 황금기? 와도 같았던 나의 교환학생 시절. 지금까지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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